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가장 공정한 방법 김영국  (Homepage) 2019-12-02(월) 19:28:54, 7978

대표선수를 뽑고 나면 으레 뒷말이 무성하다. 한마디로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육상 등의 기록경기나 유도 등의 개인종목은 감독의 주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축구 배구 등의 경우는 개인기록도 없고 개인랭킹도 없으니 결국 감독이 임의로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에도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공정한’ 방법이 있다. 개개 선수의 경기능력을 계량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키 몸무게 등의 체격조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의 운동능력을 측정하여 각각 점수를 매긴다. 그 점수에 따라 선수를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각 종목의 감독들이 그 순서에 따라 대표선수를 뽑아가는 것이다. 미흡하면 운동 종목에 따라 특정 항목에 가중치를 두어 컴퓨터에 넣으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대표선수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선발한 국가대표가 올림픽 등의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이 방법으로 손흥민이나 류현진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선발제도에 맞추어 준비한 꿈나무 중에 손흥민이나 류현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제도에 맞추어 국가대표를 준비하는 꿈나무들의 연습과정은 얼마나 지겹고 괴로울까. 그러면서 흘린 땀들이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까. 평가나 선발에서 신뢰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일 수는 없다. 타당도가 없는 평가는  평가로서 의미가 없다. 가령 수학 문제를 영어로 출제하여 나온 결과는 그 학생의 수학실력일 수가 없다. 그 평가가 진정한 실력을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공정했다 하더라도 좋은 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그 평가(선발)제도가 경기력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없다면 좋은 제도일 수 없다.  준비하는 꿈나무들을 의미 없이 힘들게 한다면 그 역시 좋은 제도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위의 ‘단순하고 공정한’ 선발방법은 좋은 제도가 아니라, 꿈나무들의 싹을 말리면서 괴롭히기만 하는 아주 나쁜 제도다. 평가는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뉜다. 능력을 수량화해서 수험생을 일렬로 세워 순서대로 뽑아가는 것이 정량평가다. 대입제도로 말하면 수능과 내신성적 위주의 정시가 그것이다.  수험생의 능력을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은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길밖에 없다.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 교사는 지식을 주입하고, 학원 강사는 그것을 반복하고, 학생은 암기하고 문제집을 푼다. 결국 기억력이 관건이다. 이걸 준비하는 학생들은 지겹도록 외고 또 푼다. 그런데 그렇게 쌓은 수십 년 수백 년 묵은 지식은 AI 시대에 별 의미가 없다. 시대는 기억력이 아니라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여러 능력과 각종 인성의 소유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그냥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자기 대학이나 학과에 ‘적합한’ 학생을 뽑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요소는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정성평가이고 수시 제도다. 입시가 이쪽으로 가게 되면 초중고 교육이 확 달라진다.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교육을 모색하고, 학생들은 각기 특기와 꿈에 따라 비교적 즐겁게 입시준비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수험생은 일렬종대가 아닌 수많은 줄로 나뉘게 되고 급우는 경쟁자가 아닌 친구가 된다. 이런 제도라야 개성 없는 패스트 팔로어 fast follower 대신 다양한 분야의 퍼스트 무버 first mover를 배출할 수 있다. 그러변 중진국 덫에 빠져있는 우리나라가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미흡하지만 바른 길이었다. 그런데 10여 년 간 걸어온 길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어느 바보가 샤워하는 모습이다. 찬물이 나오니까 느긋이 기다리지 못하고 손잡이를 좌우로 성급히 돌리다가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뒤집어쓰다가 샤워를 포기한다. 그러면서 샤워기를 탓하며 부수려 든다. 우리 교육정책 특히 대입제도가 그 모양이다. 정성평가는 주관적인 평가이므로 불공정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시간 속에 다듬어지게 돼있다. 예체능계열도 처음엔 많이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조용하지 않은가. 부정이 있으면 그 사람을 벌해야지 애먼 제도를 고치려들면 안 된다. 가야 할 길이라면 뚝심으로 밀고 가야한다. 잠시 속도를 조절하거나 머뭇거릴지언정 포기하거나 뒤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결국 정시를 4~50%로 확대하고 비교과영역 반영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하면 학교교육과 수험생의 공부 방식은 다시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야말로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 더 나빠졌다. 그 정도 비율이면 학생과 학부모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탁상공론이다. 수시와 정시 둘 다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의 부담만 가중된다. 이런 걸 여론조사, 표 계산으로 책상 밑에서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역사와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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