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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 자리-나누고 싶은 글25
2019-10-05(토) 19:45:35, 171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 지 4 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느껴졌습니다. 이불을 젖혀보니 빨간 양념 국물과 불어서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과 요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를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고 장딴지며 엉덩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지 말라 해서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컵라면에 부었답니다. 그래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주려고 식을까봐 이불 속에 넣어둔 거랍니다.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가 싫어 화장실로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제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에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안 왔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습니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이 잡듯 뒤졌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홧김에 마구 때렸습니다.
“아빠 잘못했어.”
하지만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매일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않고 매일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 소장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붙이지 않은 채 편지 300여 통을 우체통에 넣은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지장을 끼친다는 전화였습니다. 이 녀석이 또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매를 들었습니다.
“아빠 잘못했어.”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하는 순간, 울컥하며 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그 동안은 우체통에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까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가서 넣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으니 다음부터 태우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타일렀습니다. 밖으로 편지 뭉치를 들고 나가 라이터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편지 하나를 열었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 주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 생각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 재미있게 노는 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절대로 얘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거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가 생각 안 나.
아니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나타나. 응?

편지를 읽고 또 한 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수 없는 건가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데도 엄마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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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인터넷을 달구었던 실화입니다.
카톡으로 다시 읽게 되었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깊이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집니다. 남성 호르몬은 줄어들고 여성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탓이라 합니다만, 주책없이 늘어나는 공감력이 사실 좀 거추장스럽기도 합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금방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이 아빠가 번번이 아이에게 민망한 행동을 하는 이유 말입니다. 젊은 아빠가 흉내낼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엄마의 공감력입니다. 젊은 남자는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냉정한 심판자 내지 해결사가 되려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서 ‘남의 편’이라는 핀잔을 듣고, 아이들에게는 옆집 아저씨나 담임선생님 정도로 먼 존재가 됩니다. 나도 젊은 시절 학교에서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집에서 애들이 말썽을 부리면 벌컥벌컥 화부터 냈거든요.
이런 아빠나 선생님에게 <엄마의 말공부>(이임숙 지음)를 권합니다. 거기에 ‘엄마의 전문용어’-엄마가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말-5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 힘들었겠다.
2. 이유가 있을 거야........ 응, 그래서 그랬구나.
3 좋은 뜻이 있었구나.
4. 훌륭하구나.
5.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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