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대화법 김영국  (Homepage) 2018-06-07(목) 08:17:13, 2307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를 호통 개그맨 박명수는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로 뒤집어 지나친 겸사를 경계했다. 그러면 오는 말이 곱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맞받아 공격할 수도 있고 잽싸게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이든 방패든 대화는 점점 거칠어질 수밖에 없고 분위기가 경색되거나 살벌해질 것이다. 결국 대화 당사자는 불쾌해지고 둘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상담을 공부한 한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무장해제 대화법을 구사하라고 권한다. 창도 방패도 다 내려놓고 비무장으로 상대의 말을 선선히 받아들여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굴해보이고 그래서 상대에게 ‘얕보임’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임을 실제로 해보면 알게 된다. 문제는 엔간한 수련으로는 일상에서 써먹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배우자를 실험 대상으로 하여 끊임없이 시도해볼 일이다. 아래 두 예화는 사랑받는 남편과 아내가 되고 나아가 대인관계의 달인이 되는 길을 시사해줄 것이다. 신도들과 함께 탄 승용차에서 20여 년을 함께 해온 도반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나 없으면 혼자 어떻게 살래?” “스님도 나 없으면 혼자 살기 힘들잖아. 마찬가지지.” 옆에 있던 한 신도 아줌마가 호호 웃으며 끼어들었다. “우리 남편은 내가 그렇게 물으면 ‘큰일 나지. 나는 당신 없이 못 살아.’ 한답니다.” 신도에게 한 방 먹은 스님은 마음을 다잡았으나, 상담 워크숍에서 한 방에 다섯 명이 자고 난 다음 날 아침 또 실수를 하고 만다. “지오 스님, 밤새 코를 골던데요?” “나도 스님이 코 고는 소리에 한참 뒤척이다 잠들었는데?” 아차, 이럴 땐 ‘맞아요. 내가 코를 좀 심하게 골지요.’라고 응수했어야 했는데...... 기 세기로 소문난 시어머니 밑에 당찬 며느리가 들어왔다. 동네에서는 기대 만발이었다. 과연 고부간의 전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래서 결국 누가 이길지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벼르던 시어머니가 며칠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기고 만 것이다. 싸움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두 손을 들게 한 며느리의 무기가 무장해제 대화법이었다. “대체 너는 친정에서 뭘 배웠나?” “제가 배운다고 배웠는데 막상 와보니 많이 부족하네요. 어머님, 많이 나무라시고 많이 가르쳐주세요.” “대학 나왔다면서 이것도 모르나?” “어머님, 요즘 대학이라고 해봐야 옛날 국민학교보다 못해요. 어머님한테 배우는 것이 훨씬 많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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