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기고 돌아온 아나운서들 김영국  (Homepage) 2018-02-07(수) 15:39:36, 2210

시인 이성부의 시 <봄>은 봄을 맞이하는 격한 반가움을 담고 있다. 그해의 겨울도 엔간했던 모양이다. 올 겨울처럼 입춘이 지나도 봄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 낌새도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모양이었다. 그 시의 마지막 행에, 그 기세등등한 동장군을 끝내 누르고 개선한 봄을 향한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을 이렇게 담아내고 있다.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보이지 않던 kbs 아나운서들이 얼마 전부터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40여 일의 긴 전투에서 끝내 이기고 돌아온 것이다. 어디서 어떤 전투를 벌였는지 상이용사는커녕 얼굴에 상채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뽀얘진 얼굴로 보아 전선에는 가지 않고 후방 어디 병참부대 같은 데서 큰 고생은 하지 않았나 보다. 가끔 들려온 소식으로는 야당 측 이사를 몰아내기 위해 그들이 벌인 투쟁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 캠퍼스에서 구호도 외치고, 후배들이 공부하는 강의실까지 찾아가 그의 강의를 방해하고, 총장실까지 방문하는가 하면, 그가 다니는 교회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영리했다. 싸워야 할 시기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무도한 정권 아래서는 엎드려 숨죽이고 있다가 정권이 교체되자 경칩의 개구리마냥 분연히 떨쳐일어났다. 그쪽에서 짜준 각본에 따른 싸움이었으니 무엇을 주저하고 무엇이 두려우랴. 거기다 우군인 검찰과 감사원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는 모습은 호랑이를 앞세운 여우가 무색할 지혜까지 보여주었다. 타고난 외모와 목소리 거기다 명석한 두뇌까지 겸비한 이 시대 로망인 그들이, 싸움은 말할 것도 없고 고생이 뭔지도 모르고 자란 것 같은 그들이 진흙밭을 뒹구는 모습을 화면에서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결근한 선생님이 붉은 머리띠 두르고 주먹질 해대는 모습을 뉴스에서 본 학생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생각해봤다. 저 깨끗한 사람들이 그 이미지 망가뜨려가며 생고생을 하게 하는 시대를 원망했다. 이 늙은이는 우리의 가장 심각한 적폐는 임기가 보장된 기관의 장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죄를 씌워 쫓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임기를 지켜주는 선례를 만들어주면 사장, 청장, 총장 등 모든 장들은 정권의 눈치 보지 않고 임기 동안 소신을 펼치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리라 보았다. 그런데 저 똑똑한 분들이 사장 하나 몰아내려고 무려 140여 일이나 직장을 비운 채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걸 보고 역시 나는 꼴통이라고 자책했다. 그러고 보면 학교의 전교조 선생님들은 시대정신이 많이 부족하다. 겨우 하루 연가 내고 상경 투쟁하고, 교육감이 바뀌었는데도 교장을 갈아치울 생각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들은 장했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뜻을 이루어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밖에 나오지 않는 사장의 임기를 무려 10 개월이나 단축시켜 낸 것이다. 충분히 의기양양할 만하다. 묵묵히 방송국을 지켜온 저 개념 없는 동료 아나운서들을 멸시할 권리가 그들에게 충분히 있고, 새 사장에게 그들 대신 자기들에게 노른자위 자리를 요구할 자격도 당연히 있다. 혹시 받지 못한 급여라도 있다면 보너스 얹어 받아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대업을 이루고 돌아온 점령군이기 때문이다. 아까 그 시 <봄>에 이런 구절도 있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태산을 명동시키고 쥐 한 마리 치켜들고 기세등등 개선한 그대들, 그대들의 혁혁한 전공을 보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는 이 늙은이는 그래서 그대들의 kbs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민망하다,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그대들.

최영도		kbs 정연주 사장이 밀려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mbc 김장겸, kbs 고대영 차례대로....... 어쩜 이렇게 경멸하던 그 길 그 방법을 그대로 답습해 가는 것일까? 내로남불 나더러 kbs나 mbc 새 사장으로 들어오라고 한다면...... `법적으로 보장된 전임 사장의 임기를 다 채워주지 않으면 저는 절대로 그 자리에 서지않을 것입니다.` 이 땅의 위정자들이 세상을 멀리 바라보지 못해 이런 짓을 계속해될 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 있는 더 용감한 `언론인`이 나타난다면 세상이 이 꼴로 계속 반복되진 않을텐데.....	2018-02-07 22:47:24
김영국		나는 문재인의 강점을 세 가지로 보았습니다. 진중, 온건, 온화. 그래서 이념과 지역 갈등의 골을 얼마쯤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입니다. 나는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가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새로운 적폐를 만들고 있는 그는 내가 짐작한 그가 결코 아닙니다.	2018-02-08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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