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성과급제를 폐지하자고? 김영국  (Homepage) 2017-12-18(월) 19:15:48, 2292

교원성과급제도가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교원 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조장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이를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에 찬동하여 서명을 할 것이고 정부가 이를 심의할 것이다. 서명에 참여한 숫자에 현혹되어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릴까 걱정된다. 수업을 누가 얼마나 열심히 잘 하느냐를 척도로 삼으려면 그걸 가장 잘 아는 교장 교감이 평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평가자에 대한 불신 때문에 평가 기준에 본질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교원들 간의 업무량의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가 담임 배정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교원의 절반은 담임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담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담임을 맡게 되면 비담임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 생활 지도, 교실 관리, 학부모 상대 그리고 복잡해진 생활기록부 기록 거기다 야자 감독까지 맡아야 한다. 특히 여선생님에게 아침에 몇십 분, 저녁 몇 시간은 그야말로 금쪽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3학년 담임은 최고의 기피 대상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방학도 없다. 거기다 생활기록부는 어떤가. 옛날에 매인당 두 장이었는데 요즘은 무려 2~30 장 된단다. 그걸로 전형을 하는 대학이 많으니 허투루 쓸 수가 없다. 복잡해진 입시제도를 파악하여 진학지도도 해야 한다. 또 원서는 몇 번을 써야 하는가. 각종 추천서는 어떻고. 수업량도 격차가 심하다. 적게는 주 12 시간부터 많게는 주 18 시간까지 벌어진 경우도 보았다. 수업을 해본 사람은 안다. 하루 3 시간인 날과 4 시간인 날의 차이를. 게다가 어떤 선생님은 교과서를 세 권 보아야 한다. 수업 준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무분장의 업무 격차는 천차만별이다. 각부 기획은 공문에 묻혀 지내는가 하면 일 년에 공문 하나 안 만드는 꽃보직도 있다. 생활지도부 업무도 3D에 속한다. 힘은 힘대로 들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 부장도 아무도 안 맡으려 한다. 승진에 뜻을 둔 분 말고는 한사코 사양한다. 동여고에는 승진에 뜻이 없는 고매한 분들뿐이라 교무부장 한 분 말고 나머지 모든 부장을 교장 교감이 고개 숙여 모셔야만 했다. 성과급 평가 척도는 대개 위의 격차를 계량화해서 정량평가로 이루어진다. 그 척도도 교육청이나 교장 교감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들이 뽑은 대표자들이 모여 의논하여 결정한다. 해마다 전년도 평가를 반성하며 조금씩 수정하여 만들어왔으니 지금은 많이 다듬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말이 되어 선생님들의 희망 조사서를 받아보면 기가 막힌다. 담임이나 부장을 하겠다는 사람, 기피 업무를 맡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못 맡을 사유도 각양각색으로 눈물겹다. 그래 놓고도 못 미더워 교장실을 찾아오는 선생님도 많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휴직을 하거나 병가를 낼 수밖에 없다는 협박조의 부탁도 있다. 겨울방학에서 2월까지 교장 교감 주업무는 선생님들을 불러 사정하는 일이다. 회유되어 울상을 짓고 나가는 분도 있고 끝까지 막무가내로 버티는 분도 있다. 문제는 울며 겨자 먹는 사람은 해마다 겨자를 먹게 되고, 교장실 문 밖에서 싱긋 웃는 사람은 해마다 웃는다는 것이다. 2월 하루만 얼굴에 철판을 깔면 1년이 편하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는 선생님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격무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선생님과 한직에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관리자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나마 성과급이 있어 부조리한 인사제도를 조금이라도 눙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이 되면 한 단체에서 성과급을 고루 나누자는 운동을 벌인다. 대체로 꽃보직에서 1 년 동안 그렇고 그렇게 지낸 사람들이 주축이 된다. 성과급제의 부당성을 내세우며 균분하는 데 동참해달라는 서명지를 돌린다. 마음이 여려 격무를 맡아 1년 동안 고생한 선생님은 역시 마음이 약해 서명을 하고 만다. 그 눈물겨운 돈을 돌려받은 철판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커피 한 번 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평등의 이념을 구현하는 데 앞장섰다는 자부심으로 의기양양할 뿐이었다. 서명지 돌리는 것이 귀찮았는지 아니면 낯간지러웠는지 제도 자체를 이참에 없애버리자고 나선 것이 저 청원운동이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영도		교장선생님의 글, 산에 다녀와서 늦게 읽어 보고 요즘 상황이 어떤지 이곳 저곳 검색해보니 청원 26일(남은 기간 5일)차인 오늘 현재 124,957명으로 하루 평균 약 4,800여 명이 동의를 해주었고, 남은 기간 동안 하루 1만5천 명씩 정도(평균의 약 3배)의 숫자가 청원에 동의해주면 정부에서 답을 주실 것 같네요. 그리고 교총이나 전교조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승과급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소신보다는 표계산에 의해 성과급 폐지에 비중을 더 두고 있는 듯합니다. 잠시 옛날 동여고 재직시절 있었던 성과급 공동 분배에 관한 기억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그 때 제 기억으론 제 혼자만 공동분배에 참여하지 않아 제 성과급의 여분을 반납하지 않아 제 것을 제한 모든 분들의 성과급을 1/n으로 분배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참 별난 놈이었습니다. 1/n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생각도 존중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소중한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는 조직은 살아있는 민주적 조직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제 성과급은 반납하지 않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군요. 늘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12-19 16: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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