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나누고 싶은 글20 김영국  (Homepage) 2017-02-02(목) 06:01:26, 2948

내가 다시 선생님이 된다면 한없이 따뜻한 선생님이 되겠다. 특히 칭찬을 많이 하겠다. 칭찬에 굶주린 학생을 찾아 그의 숨은 장점을 애써 찾아내겠다. 그것을 드러내어 애써 칭찬해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겠다. 한 해 한 명씩이라도 움츠린 학생 부추기고 부추기어 자존감을 되찾아 활짝 웃게 해주고 싶다. 이 세상에 잡초는 없다. 다만 인간이 아직 그 가치를 찾아내지 못해 이름을 못 붙인 풀이 있을 뿐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퍼온 글이다. ********************************************************** K라는 초등학교 교사가 있었다. 개학날 담임을 맡은 5학년 반 아이들 앞에 선 그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이들을 둘러보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첫 줄에 구부정하니 앉아있는 작은 남자 아이 철수가 있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K선생은 그 전부터 철수를 지켜보며 철수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옷도 단정하지 못하며, 잘 씻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로는 철수를 보면 기분이 불쾌할 때도 있었다. 그 철수가 자기 반에 편성된 것이다. 철수의 생활 태도는 점점 더 나빠졌으며 공부에도 전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숙제를 해오지도 않았고 쪽지 시험도 언제나 백지였다. 야단을 쳐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학부모 모시고 오라고 해도 듣지 않았고 학부모에게 연락도 되지 않았다. 채점을 할 때 철수의 시험지에 크게 X 표시를 하고 위에 커다랗게 빵점을 쓰는 것이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수의 전 학년도 생활기록부를 살펴보게 되었다. 전 담임선생님들은 철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지도했는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학년 담임선생님은 종합평가란에 이렇게 써놓았던 것이다. “잘 웃고 밝은 아이임. 일을 깔끔하게 잘 마무리하고 예절이 바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2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써놓았다.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아이임.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음. 가정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보임.” 3학년 생활기록부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고생을 많이 함. 최선을 다하지만 아버지가 별로 관심이 없음. 어떤 조치가 없으면 곧 가정생활이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 4학년 그러니까 내 눈에 띄기 시작한 전년도 기록은 이러했다. “내성적이고 학교에 관심이 없음. 친구가 많지 않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도 함.” K선생님은 비로소 문제를 깨닫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철수를 불러 상담을 하고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교실에 들어오면 맨 먼저 철수와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수업시간에도 철수에게 발표 기회를 자주 주고 가끔 심부름도 시켰다. 철수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굴도 깨끗해지고 옷매무새도 단정해졌다.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이 반가웠다. 스승의 날이었다. 반 아이들이 화려한 종이와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선물을 가져왔다. 철수도 쭈뼛쭈뼛 나왔다. 식료품 봉투의 두꺼운 종이로 어설프게 포장한 선물이었다. 애들이 키득거리자 더욱 부끄러워했다. 선생님은 애들 앞에서 철수의 선물부터 포장을 조심스레 풀었다. 알이 몇 개 빠진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사분의 일만 남아있는 향수병이 나오자 애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가 팔찌를 차면서 정말 예쁘다고 감탄하고, 향수를 손목에 조금 뿌리자 아이들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철수는 그날 방과 후에 남아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아이들이 돌아간 후 선생님은 한 시간을 울었다. 그날 이후 철수의 눈빛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격려하면 할수록 더 빨리 반응했다. 성적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해 말이 되자 철수는 반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1년 후에 그녀는 철수가 쓴 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씌어있었다. 6년이 흘러 철수에게서 또 쪽지를 받았다. 고교를 반 2등으로 졸업했다고, 그녀가 자기 평생 최고의 선생님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덧붙여놓았다. 4년이 더 흘러 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대학 졸업 후에 공부를 더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과 그녀가 자기 평생 최고의 선생님이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 뒤 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며, 선생님이 신랑의 어머니가 앉는 자리에 앉아줄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녀는 기꺼이 좋다고 화답했다. 결혼식 날 선생님은 가짜 다이아몬드가 몇 개 빠진 그 팔찌를 차고, 어머니가 뿌렸었다는  그 향수를 뿌렸다. 식이 끝나고 난 뒤 두 사람은 감격의 포옹을 했다. 어엿한 의사가 된 철수는 선생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그리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철수야, 너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구나. 내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바로 너란다. 널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뭐가 중한지를 전혀 몰랐거든, 고맙다, 철수야.”

최영도		교장선생님, 더 건강하셔서 계속 좋은 글 많이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언젠가 좋은 생각에서 이 글 읽고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 글을 다시 대하며 또 눈물이 고이는 것은 그런 선생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상의 뒷모습과 뒷얘기까지 읽어낼 수 있는 시인의 깊은 눈을 가진 선생이어야 했었는데......... 능력은 없더라도 사랑으로 했더라면 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 못한 아쉬움이 눈물로 흘러 내리나봅니다.	2017-02-02 08:56:43
김영국		현직에 있을 때 후배 샘들에게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늘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따뜻한 가슴이 어려우면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칭찬, 위로, 격려-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인색했는지 자책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의료진의 따뜻함에 감동받았습니다. 차가웠던 내 과거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2017-02-02 21:38:29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이광수와 신영복
다음글 :	이런 의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