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살 김영국  (Homepage) 2016-10-29(토) 06:41:05, 3003

어느 여름 날, 배를 타고 여행하던 한 남자가 난간에 기대어 바다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한 승객이 미끄러져 이 남자에게 안기는 바람에 둘이 함께 바다에 빠져버렸다. 몇 분 후 배가 되돌아와 두 사람을 다 구조했다. 무사히 구조된 이 남자는, 위로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일 겨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여름이어서 살아났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마쓰시다 전기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께의 일화를 읽으며 ‘두 번째 화살을 조심하라.’는  가르침이 생각났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고를 만나기 마련이다. 이 사건과 사고가 첫 번째 화살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때 정신을 차리고 “이만하기 다행이다.” “액땜을 했구먼.”하고 마음을 잡는다. 그러면 그걸로 업이 해소되고 그 사건 사고는 마무리가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원망하거나 분노한다. 그 감정의 폭발이 두 번째 화살이다. 그 대상이 자신이거나 남이거나 간에 이미 몸에는 두 개의 화살이 꽃힌 것이다. 만약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평과 자책을 계속하거나 다투기라도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몸에 화살을 수없이 맞게 된다. 불가에서는 깨달음의 단계를 배를 타고 바다를 즐기는 것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대책 없이 배를 타고 놀다가 풍랑을 만나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1단계라면, 물에 빠지는 것을 걱정하여 파도가 없는 방파제 안에서만 배를 타는 사람이 2단계에 해당된다. 3단계는 풍랑에 흔들리지 않는 큰 배를 만들어 자유로이 바다를 즐기는 사람이고, 마지막 단계는 물에 빠지면 물과 하나가 되어 물을 즐기다가,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건져 올리는 사람이다. 이 설명에 기대어 마쓰시다 얘기를 다시 보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겨 놓고는 자기를 밀친 승객을 원망하지도, 난간이 부실한 선박을 탓하지도 않았다. 하루 일진 나쁘다고 불평하지 않았고, 방심했던 자신을 자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기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서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긍정적 자기 예언의 진주조개를 건져 올린 것이다. 깨달은 자와 중생의 차이는 두 번째 화살을 맞느냐 맞지 않느냐로 구별된다고 한다. 나 같은 중생이야 마쓰시다의 경지를 감히 넘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 아무쪼록 조심 또 조심해서 화살을 덜 맞도록 몸을 사리며 살아가야겠다. 바람 없는 날을 골라 방파제 안에서만 잠시 잠시 노니려고 한다. 어쩌다 첫 번째 화살을 맞는다 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안 맞도록 마음공부도 하려 한다. 고슴도치 같은 몸으로 저승에 가면 얼마나 쪽팔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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