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된 지선씨 김영국  (Homepage) 2013-10-27(일) 17:12:25, 3403

(사고를 만나기 전 이지선씨의 모습) (사고를 만난 후 이지선씨 모습) 힐링 캠프를 보고 힐링을 체험했다.13년 전 교통사고로 화상을 입어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그 지선씨가 그 모습 그대로 출연을 했다. 불편한 내용, 불편한 화면은 즉각 즉각 돌려 버리는 터에, 이 날은 웬 일로 채널 고정해 놓고 화면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지선씨가 한없이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잔뜩 굳어 있던 MC들을 그는 자연스럽게 무장해제 시켰다. 지선씨의 유머에 그들이 편안하게 웃고 편안하게 농담도 나누었다. 여느 예능 프로 못지않게  유쾌하고 편안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사고를 당했다’는 김제동의 말을, 그는 정색하고 ‘사고를 만났다’로 정정했다. ‘하필 내가’ 하는 심정이 없었냐는 질문에도 누군가가 겪어야 할 일이었다면 자기가 그렇게 된 게 다행이라고 했다. 40여 회의 수술을 받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견뎌 낸 것은 자신이 동굴 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터널 속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이 막혀 있는 동굴이 아니라 출구가 있는 터널이라고 믿으면 누구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손가락 자른 얘기도 아픈 감동이었다. 손마디를 잘라야겠다는 의사의 말, 한 손이 아니라 양손이라는 간호사의 말을 받아들이는 모녀의 태도는 범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수술 후의 얘기는 인간을 넘어선 경지였다. 엄지를 성하게 남겨 주고, 그리고 나머지 손가락의 둘째 마디를 살려 준 것이 너무도 고맙다고 했다. 그 덕분에 단추도 혼자 힘으로 끼울 수 있고, 수저질도 할 수 있고 그리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지무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그는 비장하게 하지 않았다. 그 손가락으로 시연하기도 하고, 손가락 드러내어 손짓하면서 농담과 웃음 섞어가며 얘기했다. 화면이지만 바로 보기 민망하던 얼굴과 손가락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과 손가락을 정시하고 있었다. 지선씨뿐만 아니라 다른 화상환자의 얼굴과 손가락을 편안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장애인을 바라보는 마음도 많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힐링 얘기가 나오자 그는 정색했다. 상대적 위안이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지선씨와 비교하여 얻은 힐링이라면 그건 진정한 힐링이 아니다. 그런 힐링은 옆에 있는 성유리를 보는 순간 사라진다고 웃었다. 절대적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힐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자기를 사랑한다고 했다. 사고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없느냐는 민망한 질문에 그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선선히 말했다. 이 세상의 가치 있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고를 만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시종 편안한 얼굴, 편안한 목소리로 편안하지 않은 얘기를 편안하게 했다. 불편한 손을 편안하게 보여 주었다. 그러는 동안 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이 변해 있었다. 얼굴도 손도 어색하지 않았다. 자기를 여자로 보아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 그 꿈이 전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프로가 끝났을 때 좋은 음악 한 곡을 듣고 난 것처럼 흡족하고 흐뭇했다. 내 가슴이 어느 새 많이 따뜻해져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선씨는 ‘사고를 만나’ 성자가 된 것이 아닐까.

최영도		교장선생님, 감동적인 글 읽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글 속 주인공 이지선님의 사진을 찾아 이곳에 올렸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2013-10-27 17:57:12
김영국		역시 최선생님이네요. 참 좋은 덧붙임입니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10-27 1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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