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안 쓰고 살 수 없나 김정식  (Homepage) 2010-06-29(화) 08:18:24, 3686

‘신경’, 안 쓰고 살 수 없나   <신경 쓸 일은 많은데 신경 써 주는 사람은 적어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경 끄고 살 수도 없다. 전혀 무신경인 이웃들의 태도에 신경질적으로 신경질을 낼 수도 없고, 그들과 신경전을 벌여 봤자 스스로 신경만 예민해진다.>   설마 우리말의 장래가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신경’이란 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다.      본디 우리말에는 ‘신경질난다’든가 ‘신경질 부린다’는 표현이 없었다. 60년대 산업 사회로 들어오면서 생긴 말로 보인다. 주로 신경 기능의 과민이나 병리적 증후에 가까운 면으로 쓰고 있으나, 이와는 달리 대상에 대해 마음을 써 주는 긍정적인 면으로도 많이 쓰고 있다.      ․교우 관계 신경 쓰도록 → 마음쓰도록, 관심 갖도록 ․여름철은 소독에 신경 써야 → (～을) 자주 해야(잘 해야), 애써야 ․눈 보호에 신경 써야 한다. → 힘써야, 마음써야, 주의해야 ․밤길에 다칠까 봐 신경 쓰시는 어머님 → 걱정(염려)하시는    이처럼 긍정적인 경우로는  문맥에 따라  '생각하다, 마음쓰다, 애쓰다, 걱정하다, 염려하다, 돌보다, 주의하다, 힘쓰다, 관심을 가지다, 도와주다, 지키다, 키우다, 가르치다 ' 등으로 쓸 수 있다.   부정적인 경우로는 ‘화나다, 성나다, 부아나다, 노하다, 울화가 치밀다, 분통터지다, 열나다 ….’ 등 얼마든지 많다. 높임말로는 ‘역정이 나다.’가 있고, 속된 말로는 ‘뿔(이) 돋다.’라든가 ‘뿔다귀가 나다.’라는 말까지 골고루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말들을 대신해 한결같이 '신경 쓰다'란 말로 일관하고 있다.      뭐가 그렇게 ‘신경질’나고, 무엇을 그리 ‘신경’ 쓸 일이 많은지….   ‘신경’, 안 쓰고 살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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