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와 '굉장히' 김정식  (Homepage) 2009-05-11(월) 13:59:46, 3073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호응이 되지 않는 말을 남용하는 버릇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너무너무'와 '굉장하다'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듣는이가 예사로 취급하는 일이 많으므로, 실체보다 과장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너무너무>   요즘 젊은 여성들이 일상 대화에서 “그 남자 너무너무 멋있더라.” “너무너무 행복해서 꿈만 같아요.”, “상을 받게 되어 너무너무 기뻐요.”에서처럼 ‘너무너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      ‘너무’는 원래 ‘한계나 정도에 지나치거나 분에 넘게, 과도하게’란 뜻으로 “너무 못 났다.”, “너무 키가 크다.”, “너무 많이 먹는다.”, “문제가 너무 어렵다.”처럼 부정적인 내용과 어울려 쓴다.      그런데 이 말을 남용하여 그것도 강조한 말 ‘너무너무’를 만들어 긍정적인 표현에 함부로 쓰고 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 위의 대화는 ‘정말 멋있더라’, ‘참으로 행복해서’, ‘무척 기뻐요’ 정도로 고쳐 써야 할 것이다.    <굉장하다>   이 말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큼’을 뜻하는 ‘굉(宏)’과 ‘크고 훌륭함’을 뜻하는 ‘장(壯)’이 합쳐서 된 형용사로, ‘피라미트는 참으로 굉장하더라’,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금강산’ 등으로 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굉장한 미인이십니다', '굉장히 오래된 세월' 따위로 써서 말뜻을 흐리고 있다. '박씨전'의 주인공처럼 어마어마한 몸집을 지닌 여인에게 미인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으며, '만리장성'이나 '호남평야' 와 같은 주로 공간적인 크기를 표현할 때 써야  할 말을 '세월' 이란 시간적인 어휘와 아울러 씀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을 많은 이들이 과장할 데나 아닐 데나 입안에 녹음해 둔 듯이 마구 쓰고 있어 우리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중국어 강사는 한 시간에 70 번이나 쓰고 있어 듣는이들이 매우 어색하게 느끼고 있다.      다음 말들에 쓰인 ‘굉장히’는 보기처럼 고쳐 써야 한다. ․굉장히 기쁩니다 → 몹시/대단히  ․굉장히 쉽다 → 아주   ․굉장히 달다 → 매우/무척/아주   ․굉장히 간단하다 → 아주 ․굉장히 건강하시군요 → 참  ․굉장히 작다 → 참/무척/아주       이 밖에도 ‘따뜻하다, 덥다, 시원하다, 춥다, 부럽다, 인자하다, 자유롭다, 신기하다, 예쁘다, 밉다 같은 말도 ‘굉장히’와는 함께 쓸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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