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정일근  (Homepage) 2014-12-07(일) 07:52:11, 3548

“시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사람인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찾으려 여러 길을 걸었기 때문에 시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날 겁니다. 아마 평생 찾지는 못할 겁니다.” 기타 선율이 귀에 감기는 가을밤 사람들 앞에서 누군가 말을 건네고 답을 들었다. 시인과 철학자였으나 결국 둘은 모두 말을 건네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이들이었다. 미국 현대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철학과 문학은 표현형식만 다를 뿐이라며 두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처럼.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지난 27일 경남대 인문관 101호 강의실에서 ‘클래식기타 연주가 있는 시인과 철학자의 대화’를 열었다. 경남대 철학과 김재현 교수는 교양기초학부 교수인 정일근 시인의 최근 시집 ‘방!’(2013)을 읽고, 시의 뜻, 시인의 공간과 인연 등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가 꼽은 ‘시인을 잘 담아낸 시’들은 관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읽고 얘기를 나눴다. “시인께서 묻힐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 살고 계시는 은현리죠. 그곳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2001년 몸이 아프고 나서 잠시 쉴까 생각해 후배를 방문했다 반해 아예 살게 됐어요. 은현리에서 시를 많이 얻었죠. 울산 도심에서 벗어나 완전한 전원이 자리한 곳이니까. 신이 빚어놓은 말이 자연이라면, 은현리에서 저는 그 자연을 또 받아쓰기만 하면 바로 시가 됐습니다.” 김 교수가 되묻는다. “아 그래서 시집 제목처럼 ‘방!’ 하고 죽부인 맞듯이 터져나왔군요. 시에는 인연들도 방!방!하고 나타나는데 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연들이 있나요?” 정 시인은 대부분 시로 맺은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시를 쓰게 한 스승인 신상철, 김영태 선생님, 그리고 온몸으로 시를 밀고 나갔던 지역 동료 문인들, 그리고 제 시가 만들어준 독자라는 인연들이 소중하죠. 미국에서 은현리가 보고 싶어 온 분이 생각나네요.” 시인을 설명하는 시는 그럼 어떻게 생각할까. “‘시’의 ‘간’을 맞추는 일이죠. 저는 시(詩)가 말의 뜻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립니다. 홍시와 와인처럼 간이 맞을 때까지. 그래서 저는 시의 간이 맞을 때까지 끊임없이 고칩니다. 제 창작시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대화는 국제사이버신학대학원 노동환 교수의 클래식기타 연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 곡은 그가 어린 나이에도 듣고 아름다움을 느껴 클래식기타를 시작하게 됐다는 ‘로망스’였다. 관객들은 두 예술가를 이해한 셈이었다. 몇 사람을 이해한 관객들은 물음표를 하나씩 달고 돌아갔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 출처 - 경남신문,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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