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등 뒤에 있다. 정일근  (Homepage) 2014-01-19(일) 07:02:08, 4136

현대를 살아가는 것이 속도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속도와 전쟁하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빨리빨리! 현대인은 고속으로도 만족하지 못해 초고속으로 달려갑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서도 2시간 5분의 벽이 깨어졌습니다. 케냐의 마라토너는 100m를 17초대의 초고속 스피드로 달렸다고 합니다. 이제 마라토너들은 2시간의 벽을 깨기 위해 총알같이 달려야 합니다. 인간을 탄환으로 만드는 그 기록이 깨어진다면 또 다른 기록을 깨기 위해 달려야 할 것입니다.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하루는 24시간이란 ‘시간’을 생각합니다. 그 시간 단위는 곧 고전이 될 것입니다. 오래지 않아 초 단위를 세분하는 시간단위가 일상화될 것입니다. 속도에는 끝이 없습니다. 기록이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듯 속도는 스스로 기록 경신을 하며 빠르게 빠르게 달려갈 것입니다. 달리는 사람은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달리는 속도만큼 세상도 달아나 버립니다. 풍경은 풍경이 되지 못하고 해체되어 버립니다. 이제는 멈추고 싶습니다. 시간의 가속도에서 내려 천천히 걷고 싶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걸어가는 계절의 발자국 소리도 듣고 싶고, 계절의 향기와 사람의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산길을 차로 달려가다 백미러에 또 다른 산길이 느릿느릿 따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분명 지나온 길이지만 내가 보지 못한 시간의 가을 산길이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뒤에 있는 것들 모두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것, 그리운 것 모두 우리 등 뒤에 있습니다. 이제 한번쯤 멈추어 서서 뒤돌아봐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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