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현주소 최영도  (Homepage) 2014-05-06(화) 08:14:28, 6330

제일 위에 있는 1번 사진은 우리 집 현관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2대의 CCTV 카메라 중 한 대의 사진입니다. 2번 사진은 우리 집 현관문 안쪽에 걸려있던 옥상 출입문 열쇠입니다. 3번 사진은 우리 집 현관 앞(22층 옥상)과 우리 집 옥상에 새로 설치된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기 사진입니다. 8년 전,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를 와보니 제가 살게 된 1동 건물은 3개 호수가 같이 올라오다가 한 개 호수는 18층에서 끝나고, 또 한 개 호수는 22층에서 끝나고, 저희 집인 23층에는 우리 집 한 채밖에 없었습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라 매일 이삿짐들이 들락거리는 어지러운 시기에 초등학생이던 제 딸이 학교를 파한 후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 엘리베이트를 같이 타고 올라와서 몹쓸 짓을 한다면 스스로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제 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해결점을 찾아보려했지만 스스로 찾을 수가 없어 경찰청장님께 이런 사정을 편지로 알리고 해결점에 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며칠 뒤 답장이 왔습니다. 매일 학교가 파한 후 경비실에 들러 경비아저씨의 손을 잡고 ......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우리 딸의 사설 경호원도 아닌데....... 그래서 관리사무소와 협의하여 우리 현관 입구에 제 개인적으로 두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비실에서 관리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집과 같은 구조의 다른 동의 최고층에는 도둑이 들어 문짝까지 떼어 놓은 채 돈 되는 물건들을 몽땅 실어가 버리는 도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부재 중일 때도 택배기사가 현관문 앞에 택배 물건을 그냥 두고 가도 이상 없을 정도로 안전합니다. 어느 날 옥상 출입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확인해 보았더니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잠겨져 있었습니다. 옥상 출입문은 화재와 같은 사고 발생 시 비상 탈출구로 이용되어야 하는데 ....... 그래서 관리 사무소에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건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관리의 효율성과 최고층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안전을 위하여 평소 늘 잠가두되 비상 열쇠를 제작하여 우리 집에 보관하는 윈윈의 방법을 선택하여 출입문 입구에 부착해두고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하루는 옥상 열쇠로 출입문을 열어 보니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해 보니 얼마전 출입문이 고장나서 자물쇠를 바꾸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동개폐기로 교체하든지 아니면 법을 지켜 항시 개방하도록 요구하였더니 드디어 몇 달 전 화재가 발생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자동개폐기로 교체되었습니다. 몇 년 간에 걸쳐 수 차례의 건의와 확인과 건의로 이루어낸 작은 성과입니다. 만약 제가 아파트 운영위원장만 되었더라도 제 말 한마디에 쉽게 교체되었을 수도 있을 작은 일인데 말입니다. 힘 없는 일개 주민의 요구이다 보니....... 요즘 세월호 사건 때문에 온 나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안전에 관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면서 이런 저런 사항들을 보완하라는 온갖 지시들을 남발하면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난리를 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과연 그런 방법으로 안전사고가 예방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그렇게 어렵거나 멀리 있거나 몰라서 안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항을 위에서 지시 내리고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요즘 이 세상이 너무 크고 넓습니다. 위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고가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이 우리 집의 이런 사정을 알겠습니까? 안전행정부 장관님이 알겠습니까? ........... 2~3년 마다 바뀌는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님이 알겠습니까? 바로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저와 우리 가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본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율성을 키우는 일이 더 선행되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 소장님처럼 사회의 말단에서 관리책임자로 계시는 분들이 높고 멀리 계시는 분들의 눈치만 보거나 그 분들의 지시에만 민감할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힘 없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수평적 민주적 소통의 사고방식을 갖는 일이 더 선행되어야 할 일입니다. 독재사회와 민주사회의 차이는 멀리 있는 윗 사람을 의식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바로 곁에 있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는 사회인가의 차이입니다! 바로 곁에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독재사회냐 민주사회냐의 차이입니다. 독재사회는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윗 사람을 견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썩고 부패할 수 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민주의 도(度)와 부패의 도(度)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됩니다. 세월호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썩을 대로 썩은 그 모습이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주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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