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6 최영도  (Homepage) 2013-12-10(화) 14:19:43, 6492

"삼일극장 어디로 가면 됩니까?” 삼일극장, 삼일극장........! 지하철 계단에 기대서서 애원하듯 소리치는 장애인 어르신이 계시는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 할머니들 외에는 말을 받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도 환승을 위해 그냥 지나쳤다가 삼일극장, 삼일극장.... 계속되는 어르신의 애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발걸음을 되돌려 어르신 곁으로 다가갔다. "어르신, 삼일극장이 없어진지 꽤 오래 되었고, 이곳에서 옛날 삼일극장까지는 제법 먼 거리라 불편하신 몸으로는 가시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제가 택시를 잡아드릴테니 그걸 타고 가시렵니까?” "아니요, 길만 갈차주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가리켜 드리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곳까지 모시다 드릴테니 같이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어르신의 불편한 다리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같이 걸었습니다. "어르신, 삼일극장엔 왜 가시려는 겁니까?” "제 양다리가 다 의족입니다. 당뇨를 오래 앓다보니 두 다리를 다 자르게 되었는데, 이제는 눈까지 침침해서 안과에 가려고 그곳으로 가던 중이었답니다.” "어르신 댁이 어딘데 교통이 편한 안과를 다 놓아 두고 그곳으로 가신단 말입니까?” "우리집은 서창인데 동네 어떤 사람이 삼일극장 앞에 가면 `김안과`라는 데가 있는데 2대째 내려오는 용한 병원이라카데예, 그래서 옛날에 다른 병원을 다녀봤는데 신통찮고 그래서 이 병원 한 번 가볼라꼬 집을 나섰는데, 이렇게 불편하면 계속 못다닐 것 같네요.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한번 들려볼랍니다.”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나 연속으로 하신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다 말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어르신, 혹 오늘 검사해보시고 다른 도움이 또 필요하시면 이 명함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제가 직접 도와드릴 일은 아무 것도 없을 지 몰라도 어르신을 도울 수 있는 분을 제가 찾아드릴 수는 있을 것도 같아 연락처를 드립니다.” 불편한 몸으로 다시 일어서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속으로 또 하신다. 오늘은 내가 저 어르신께 병원 가는 길을 가리켜 드린 것이 아니라 저 어르신께서 내게 길동무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 주셨다 생각하니 눈가에 물기가 맺힌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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