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최영도  (Homepage) 2013-12-06(금) 09:50:55, 6232

어제는 며칠전부터 기차가 다니지 않는 동해남부선 기찻길을 걸었습니다, 낭만적인 길일 것이라 생각하며 걸어 보았는데 걷기가 불편했습니다. 왜 이리 불편한 것일까? 걷고 있는 기찻길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네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굄목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저는 주로 갓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점에 갓길이 없어 불편했던 것입니다. 갓길이 없을 때는 자갈두둑길로도 걸어 보고, 철길 위로도 걸어 보고, 굄목을 차례대로 디디며 걸어 보았지만 모든 길이 다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속도를 조절하며 걸어 보았습니다. 천천히 걸어 보니 모든 길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불편했던 이유는 보폭이나 속도를 길에 맞춘 것이 아니라 내 보폭과 내 속도에 길을 맞추려고했기에 생겼던 불편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굄목의 간격에 보폭을 맞춰 천천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까 보다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지루하고 갑갑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굄목을 두 칸씩 건너 뛰어보기도 했습니다. ............................................... 아~, 그동안 내가 세상을 이렇게 살아왔구나! 몇 년 남은 교직을 그만 두고 산길을 찾고 있는 내 모습도 갓길을 선호하는 내 삶의 갓길을 선택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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