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싸움 최영도  (Homepage) 2013-11-01(금) 05:59:32, 4680

무덤 저멀리 아파트가 보입니다. 사람은 살아서 주택이나 아파트를 분양 받고, 죽어서는 묘지나 납골당을 분양 받습니다. 개는 살아서 오줌이나 똥으로 영역을 표시하고, 사람은 살아서 문패와 주소와 지도로 영역을 표시하다가 죽어서는 비석과 상징물로 영역을 표시합니다. 살아서 물고 뜯으며 영역을 지키려던 개들도 죽게 되면 욕심 없이 한줌의 자연으로 그냥 돌아갑니다. 그런데 사람은 죽은 후에도 흔적과 뜻을 남겨 영역을 보존하려합니다. 기독교는 십자가로, 불교는 卍자로, 이슬람교는 초승달 문양으로 영역을 표시합니다. 예수나 싯다르타나 무함마드가 사후에 자기 이름을 상품화하여 자신의 영역을 넓혀 달라고 제자들에게 부탁을 했을까요? 죽어서는 개도 하지 않는 영역 싸움을 인간들은 영혼불멸을 내세우며 종교라는 이름으로 전쟁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개가 죽은 후에도 개를 개로 대접하지 않고 사람 취급하여 무덤을 만들어 영역을 표시해 주기도 합니다. 개를 개로 대접하지 않고, 성인도 성인으로 대접하지 않고 사람 취급해대며 불멸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 개만도 못한 짓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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