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8 최영도  (Homepage) 2011-02-11(금) 06:16:28, 3658

사진은 금련산을 찾을 때나 온천천을 찾을 때 한번씩 생각에 잠기게 하는 두 종류의 사진이다. 볼품없는 사다리 사진은 금련산에 오르는 수많은 길 중에서 도로와 완만한 금련산 능선 산행길을 가장 짧은 거리로 이어주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등산로 입구 사진이다. 이 사다리가 아니면 포장된 도심 속의 복잡한 골목길을 15분 정도 더 돌아 걸어 경사가 완만하지 못한 근처 산길을 통해 금련산에 오를 수 있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금련산 자연 속으로 접어들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 이 사다리 길이다. 누가 이런 고마운 길을 이렇게 소박하게 준비해 주신 것일까? 이 길을 지나칠 때마다 이름없이 베풀어 주신 당신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솟구치면서, 나는 우리 사회의 어떤 사다리가 되고 있는 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온천천을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표시석 사진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 곳에 저런 표시석을 세움으로써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일까? 이 곳에 와서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표시석일까? 저 누구 누구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 곳에 이 표시석을 세워 조경업자인지 석재공장 사장인지 누군 지는 여러분이 알 필요가 없지만 하여튼 그 분의 사업 성공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아니한 나의 공로를 후손에게까지 알려야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곳에 제 이름을 떳떳하게 남기노니 ....... 어떤 산에는 정상석 뒷면에 `xx시 시장 0 00` 라는 이름을 새겨 둔 산도 있습니다. 부끄러운 짓인 줄도 모른 채 배려가 아닌 생색내는 일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자빠졌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분들만 그런 짓을 해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많은 사람들이 국민을 위한 배려 보다는 자기 생색 내는 일에 관심이 더 많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지도자 분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자기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겠다고 동네방네 기자분들을 다 모셔놓고 생색을 내기도한다. 그런데 이런 기부가 진정한 사회 환원일까? 30억 이상의 재산을 상속하게 되면 그 중 50%는 세금으로 사회에 자동 환원되는 것인데 이 세금으로 날아가버릴 전 재산이 아까워서 자기 재단을 만드는 분은 안계시는 것일까? 자기가 기부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중앙정부나 지자체 또는 경제단체의 협조를 통한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자기 재단을 만들고, 그 곳에 집안 사람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관리 운영의 주체로 만들어 그 후손들이 자자손손 자기들의 재단으로 운영하는 것이 진정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일까요? 아무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그 곳에 조용히 사다리를 갖다 두신 그 분이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환원한 것일까요? 어떤 행동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배려일까요? 사랑의 반댓말이 미움이나 원망이 아닌 무관심으로 간주되듯이 배려의 반댓말은 훼방이나 방해가 아닌 생색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류정애		날카로운 지적에 괜히 쓴 웃음이 납니다~	2012-07-27 11: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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