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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2023-11-15(수) 07:16:44, 10354
바람이 무심히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내 마음에 작은 인연 지나간 듯 아프다. 허물을 벗고 자라는 갑각류처럼 사람도 성장하는 순간이 가장 상처받고 약해지는 시기다.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은 힘든 순간이지만 기다림의 미학, 참고 견디며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2015년 포르투갈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서 개최된 와인품평회에서 테이스팅하는 심사위원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의 교육학 교수 레오 부스칼리아는 1982, 1983년도 미국 베스트셀러 1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잊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관계에서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더 원천적인 자기 욕구에 대한 관심이 사랑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편안함과 만족만을 위해 평생 허비하는 삶이 아니라 알아줬으면, 성공했으면, 재미있게 인생을 즐겼으면,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고 싶은 욕구. 표면적인 욕구가 아니라 더 심층적인 욕구를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활기를 주려면 내가 먼저 활기차야 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루어낸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경기 전 동료들에게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위해 뛰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포기한 모든 것들을 생각해.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아.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렸어.”

와인 테이스팅은 색깔 향 맛 순으로 와인을 즐기고 와인 속에 숨겨진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만의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느낌을 즐기고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아는 정보를 바탕으로 지식으로만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 믿고 만족한다. 잘 알려진 브랜드의 명성만으로 그 와인을 평가하고, 다른 전문가가 써놓은 테이스팅 노트에 맞춰 나의 감각을 맞춰가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이 장사와 다른 것은 지속해서 기억하는 관계를 만드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목표를 세워 방향성을 정하고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살펴야 한다. 와인 역시 일회적으로 마시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눈으로 감상하고 충분히 향을 즐기고 난 후 맛을 음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 나만의 기억과 경험으로 와인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마시는 와인에 대한 나만의 가치, 내가 만드는 가치가 필요하다.

본질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은 한계가 있고 개인적 문화적 경험과 언어, 우리가 진실이라 믿는 모든 정보가 제한돼 있다. 하지만 마음속 계획을 바꾸고 그렇게 되도록 마음먹는다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16강전에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기다리고 찾아온 한 번의 찬스를 살린 한국 축구처럼.

자연과학의 개념에서 보면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언제나 그 본질에는 단순함이 내재돼 있다. 결과를 바꾸려면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개인 삶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한 후의 실패는 성공으로 이끌 힘이 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게 성공이며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역경은 좋은 날개를 만들어준다. 모리셔스섬의 도도새처럼 편안한 삶에 안주하면 언젠가는 천적에 의해서 멸종될 수 있다. 물감을 아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처럼 꿈을 아끼면 성공을 그릴 수 없다.

나를 좋아하고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자. 이제 더 이상 감정과 시간을 소모할 수는 없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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