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禪房日記) 김의천  (Homepage) 2024-04-15(월) 09:38:09, 7607

지허(知虛)스님의 < 선방일기(禪房日記) > 가톨릭 춘천교구장을 지내신 故 장익주교에게 <선방일기>를 선물 받은 詩人 이해인修女는; "..... 솔직담백하면서도, 구도자의 깊은 사색과 예리한 성찰(省察)이 돋보이는 선승(禪僧)의 수행일기를 읽고나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나의 내면을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前, 1973년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작품. 1973년, 오대산 상원사(上院寺)에서, 동안거(冬安居; 10/15~이듬해 1/15)라고 부르는 선방(禪房)의 수행일과 및 그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지허스님의 존재/면모는 지금도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조계종 총무원에도 그의 승적은 없다고 한다. 지허란 법명도 필명(筆名)인지라, 그래서 '책만 남기고 사라진 사람' 이라고 불리는 형편이다. <선방일기>는; 동안거 3개월 동안, 선방(禪房)에서 일어난,  20여 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100여 쪽의 짧은 산문집이다. 그러나 에피소드 글 전반에서 선승(禪僧)의 품격이 느껴진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동양 고전과 기독교 경전, 서양철학까지 두루 섭렵한 대단한 지적인 힘이 엿보인다만, 전혀 이를 과시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인용했다. 다른 한편; 김장과 메주 쑤기로 겨울나기 채비를 하고, 감자를 훔쳐내 구워먹는다든가. 만두를 빚으며 온갖 모양을 흉내 내고 장난친다든가, 사소한 시비로 10대 어린 스님들이 주먹을 치고받고 싸우다가도 금방 헤헤, 하며 화해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훈훈한 웃음이 배어 나오는 에피소드도 <선방일기>에는 풍성하다. 뱀다리: 여전히 대중의 존경을 받고 있는 청담, 성철, 경봉, 법정 등 道를 깨친 스님들은 지극히 소수다. 대부분의 선승들은 수행 과정에서 좌절하고, 아파하고, 갈등하고, 그러다 늙고 그리고 이윽고 절을 떠난다. 물론, 아무도 이들을 기억하거나 추억하지 않는다. <선방일기>의 한 구절;    " ...결핵이 깊어져 각혈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스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 스님이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스님은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체념뿐이다.      눈 속에 트인 외가닥 길을 따라 콜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 길은 마치 세월같은 길이어서 다시 돌아옴이 없는 길 같기도 하다....      나도 저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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