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박상배  (Homepage) 2024-01-05(금) 08:24:50, 16752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은 정(情)이라고 생각한다. 정은 마음을 주는 맛이니까. 미운 사위에게 먹게 해서 입천장을 헐게 했다는 매생이. 그러나 그만큼 사위사랑이 있었기에 몸에 좋은 매생이국을 끓여 준 것은 아닐지.. 이곳 남도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곳의 매생이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다. 그곳의 맛이 가장 맛있는 맛을 지닌 곳이다. 필자는 한겨울 이맘 때가 좋다. 그것은 매생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원기회복과 피를 맑게 하는데 이보다 좋은 국은 없을 것이다. 한겨울, 한 철 밖에 나오지 않는 녀석이라 예전에는 이곳 남도에서도 겨울에만 접할 수 있고 맛볼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만 푸근해지면 다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추운 것은 싫은데 매생이는 맛보고 싶으니 참으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임금님도 맛을 볼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이 매생이였다고 한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이니 이동과정에서 다 녹아버리기 때문에 최고권력자도 남도로 내려와서 먹어야하는 건방진? 음식이 바로 매생이었다. 해초류 중에 가장 얇고 가늘고 부드러워 온도와 시간에 민감하다. 바다 이끼류의 한 종류로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먹고 모르는 사람은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음식이기도 하다. 해태양식장에서는 김에 달라붙는다는 이유로 매생이를 없애려 규산을 뿌리기도 했었단다. 하지만 매생이의 맛과 성분, 효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매생이를 양식하려 김을 떼내는 경우가 생기곤 했었단다. 어쩌면 천하고 하찮게 여겼던 녀석이 삶의 역전을 일궈낸 케이스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매생이에는 칼슘을 비롯하여 철분, 요오드, 단백질, 탄수화물, 수분, 각종 무기염류가 풍부하여 김이나 미역 못지 않은 건강식이다. 숙취해소에 이만한 해장국이 없다. 간장해독에 뛰어나 과음 후 쓰린 속을 달래고 해독한다. 특히 중년에 잘 걸리는 질병에 좋다. 여성들의 골다공증, 우울증, 비만, 변비에 이만한 약재(식재료)가 없으며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전립선, 위궤양, 십이지궤양, 간질환, 원기회복, 체질개선 등 성인병예방에 좋다. 남도에서는 매생이에 굴이나 전복, 바지락 등을 넣어서 걸쭉하게 거의 죽 수준으로 끓여서 먹는다. 그러나 필자는 매생이국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매생이 본연의 맛이 굴이나 전복 등의 해산물의 비릿한 맛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오로지 매생이와 마늘, 소금만으로 매생이국을 끓인다. 매생이 특유의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한겨울에 넉넉히 준비해서 냉동보관하면서 여름에도 이 별미를 즐기고 있다. 여름에 먹는 매생이국은 별미 중에 별미다. 현 시대의 과학적 혜택을 받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건조기술이 좋아져서 파래나 미역처럼 건매생이가 나온다. 시절이 좋다보니 아무 때고 마음만 먹으면 매생이국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연말의 잦은 술자리에 시원한 술국으로 매생이는 어떨까? 해강. * 출처 ☞ `약초(자연초)`사랑 밴드 바로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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