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나무 박상배  (Homepage) 2023-11-07(화) 06:39:42, 16594

어릴 적 동네의 한 집에 돌배나무가 있어 우연히 떨어진 돌배의 맛을 보고는 주인 몰래 그 돌배를 따먹곤 했었다. 일반 배보다 작고 생김새도 약간 길쭉하여 못생겼지만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두꺼운 껍질 속에 숨은 달달한 맛이 매력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산행을 하다 운좋게 돌배(산배)를 만나면 뜻밖의 횡재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채취의 개념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우선 그 달달한 맛에 매료되어 산을 내려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배낭에 넣었던 돌배는 몇 개 남지 않는다. 그마저 이튿날이 되기 전에 아삭아삭 전부 먹어 버린다. 돌배는 재배하는 개량종보다 작고 볼품없지만 약성은 뛰어나다. 돌배 한 개를 먹으면 일반 개량종 배를 서너 개 먹은 거나 진배 없다. 작고 초라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맛이 가슴을 통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기분 대로 돌배는 위와 폐, 기관지에 작용하여 답답한 가슴을 뚫어준다. 돌배만큼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과일도 드물 것이다. 열매는 맛은 달고 성질은 냉하며 독은 없다. 기침, 갈증을 멎게 하고 풍을 흐트러뜨리며 소변을 통하게 한다. 해독작용이 있어 폐와 심장을 보하고 호흡곤란으로 오는 답답함을 뚫어주고 체내의 뭉친 열을 식혀준다. 또한 주독을 풀고 체내의 발암물질(담배의 타르나 니코틴)을 배출시킨다. 그리고 중풍과 당뇨에도 효험이 있다. 열매의 껍질은 이피라고 하며 잎을 이엽, 가지를 이지, 나무의 껍질을 이목피, 뿌리를 이수근이라 한다. 열매를 비롯해서 잎과 가지, 껍질, 뿌리를 모두 약재로 쓸 수 있다. 그러나 귀한 나무인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뿌리를 캐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점점 사라지는 돌배나무도 자연의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당장의 욕심은 훗날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다 함께라는 마음으로 돌배를 만나더라도 적당한 채취가 필요하겠다. 돌배는 차를 끓여 마시거나 담금주를 해도 좋다. 산돌배 한 개를 작은 주전자에 넣어 물이 반이 되게 달여서 따끈하게 수시로 마시면 해수, 천식, 가래, 기침에 좋다. 특히 고열을 동반하는 감기몸살에 효험하다. 돌배주는 용기에 돌배를 채우고 소주를 가득 부어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건더기는 걸러내고 하루 한두 잔 소주잔으로 마신다. 해열, 변비, 이뇨, 강장, 풍열, 곽란에 좋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돌배만 보지 말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없으면 없는대로 대체에너지는 늘 곁에 있기 마련이다. 불륜의 상대가 맛깔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국?은 항상 곁에 있는 옆지기인 것처럼.. ^^ 흔히 배를 깍아서 먹게 되면 태반은 껍질을 버린다. 그러나 껍질을 버리지 말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요즘은 대체적으로 배를 반으로 가르고 또 한번 갈라서 세로로 껍질을 깍는다. 습관적으로 가로로 길게 깍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가급적 세로로 깍아서 활용하는 것이 편할 수 있겠다. 이피(열매껍질) 깍은 껍질을 버리지 말고 햇볕에 바싹 말리자. 바싹 마르면 돌돌 말리는데 이 말린 껍질은 그냥 우려서 마시면 약간 떫떠름하다. 말린 껍질을 덕어서 차로 우려서 마시면 된다. 구수하고 달달해서 마실만하다. 소화불량이나 잦은 기침, 토혈, 호흡곤란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좋다. 특히 흡연자에게 좋은 차가 된다. 이엽 배꽃이 지고 잎이 연녹색에서 진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5~6월) 약성이 가장 좋다. 이 시기에 채취하여 통풍이 잘되는 음지에서 바싹 말린다. 말린 잎을 살짝 덕어서 차로 마신다. 이질, 구토, 배탈, 설사에 좋다. 부스럼에는 잎을 짓찧어서 그 즙을 바르면 효험하다. 이지(가지) 토사, 곽란으로 인해 오는 구토와 설사에 달여서 복용한다. 증세가 심하면 더 많이 넣고 진하게 달여서 복용한다. (나무껍질) 이른 봄에 가지치기한 나무를 활용하자. 가지의 껍질을 벗겨서 햇볕에 말려서 쓴다. 성병(임질, 매독 등)에 걸렸을 때 달여서 복용한다. 병증이 심할수록 많이 넣고 진하게 달여서 마신다. 이수근(뿌리) 뿌리를 깨물면 달달하면서 싱겁다. 성질은 평하고 독은 없다. 치질로 인한 탈창, 멈추지 않는 기침(특히 항아리기침)에 생근은 한 움큼, 건근은 반움큼을 작은 주전자에 물이 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서너 번 큰컵으로 마신다. *돌배보다 약성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과실나무의 특성은 어디 가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 대부분이 콧물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럴 때 어머니가 배의 꼭지를 따고 속을 파내어 꿀이나 조청을 넣고 사발에 담아 쪄서 먹였던 배를 생각해보자. 다른 약재(생강이나 도라지, 칡)보다 달달하고 먹기가 좋아 아이들이 잘 먹었다. 돌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 항상 있는 배도 보약이나 다름 없다. 해강. * 출처 ☞ `약초(자연초)`사랑 밴드 바로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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