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생애 마지막 작품 추성부도(秋聲賦圖) 김의천  (Homepage) 2022-08-23(화) 12:07:22, 5634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의 생애 마지막 작품; <추성부도(秋聲賦圖), 1805년 作) > 그림 크기는; 폭 45cm x 길이 200cm, 비교적 큰 편. 중국 송나라 詩人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노년에 지은 ‘추성부(秋聲賦)'   늙고 힘든 노년을 보내던 구양수는 가을 밤 홀로 독서하다 밖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동자를 마당에 내보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동자는 뜰에서 하늘을 가리키며,     “별과 달이 훤히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을 뿐,      사방에는 인적이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라 대답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秋聲)구나.” 가난하고 늙고 병든 단원 김홍도(1745~1806?)는 이런 구양수의 詩에 마음 곧장 가닿아 ‘추성부도(秋聲賦圖)'를 그렸다.   항아리 창문가의 단원;   동자가 바람 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집에서 기르는 학 두 마리도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목을 빼고 입을 벌리고;   나뭇가지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마당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드문드문 흩날리고; 아래는, 사후 200여 년 동안 거의 잊혀졌었던/무시되었던, <서당> <빨래터> <씨름> <무동(舞童)>등 풍속화를 주로 그린 뛰어난 풍속화가 정도로 취급되었던 단원 김홍도를, 1990년 대 들어 김홍도가 얼마나 위대한 화가인지 비로소 세상에 알린, 故 오주석 미술평론가의 그림 해설이다.   차가운 달빛 속,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가 노년의 비애(悲哀) 같다.     거칠고 황량한 가을 나무 가지에 차고 매서운 바람이 쉼 없이 불어온다.     저 달도 바람에 스치었는지 화면은 온통 암울한 잿빛에 물들어 있다.     바람은 왼 편에서 오른 편으로, 그리고 단원의 마음 속으로 분다.        화면 속의 모든 것은 생기를 잃었다.     오직 쓸쓸한 가을의 소리....      그것만이 귓가에 메아리친다. 단원은 그림 왼쪽에 구양수의 ‘추성부’ 일부를 자필로 썼다. 1805년 作. 단원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1806년 62세 나이로 단원은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여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어느 수집가의 초대; 故이건희 컬렉션>에      이 단원의 <추성부도>가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한마디로 명절 대목을 앞둔 시장통 모습 그대로다.      5천원 입장료에 딱 맞는 전시회 구성이다.(입장료를 더 받기도 어려웠으리라.)      급증한 시민의 관심과 여론에 쫓겨 급히 전시회를 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시 작품 수에 비해 전시 공간은 턱없이 좁고 관람객은      어마 모이고.           근대 회화와 조형물/조각, 조선 회화와 서적, 불교 회화와 조형물, 엄청난 수의      조선 도자기류(백자/달항아리),,,.. 이런 다종 다양하고도 서로 이질적 특성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여하튼 또 어떻게든 전시 구성을 만들어낸 박물관      큐레이터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      봄에 한 번 또 여름에 한 번, 갔다만 작품 수보다 많은 관람객 수 덕분에 제대로      작품을 구경하지 못하고(할 수가 없어서) 먼 발치에서만 스쳐가듯 대충 보고 20여 분       만에 전시장을 나왔더랬다.      전시 작품 수에 알맞은 전시 공간도 충분히 확보한 정도에서 또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충분히 한 후에 이런 전시회를 열었어야 했다. 모두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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