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김의천  (Homepage) 2022-06-23(목) 12:25:43, 4737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미술평론가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서문(序文)에 나와 유명해진 말이다. 간단히 줄여;'아는 만큼 보인다' 라고 해서 이젠 이 시대 미학(美學)의 확고한 통설(通設)이 된 듯하다. 이 말의 출처는;조선 후기 정조(正祖) 때 문장가 저암 유한준(著菴 兪漢雋, 1732~1811)이 어느 서화 수집가의 화첩에 실은 발문(跋文)이라고 한다. 그 내용은;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知則爲眞愛)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愛則爲眞看)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나니            (看則畜之) 그리되면 그저 모으는 것이 아니다 (而非徒畜也)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993년 펴냄)> 표지의 탑은; 우리나라 불교 미술사가들, 미학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신라 신문왕(神文王) 대인 682년에 세워진, 경주 <감은사지 3층 석탑(感恩寺址 三層石塔)>이다. 다른 한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에서 유교수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명선(茗禪)>이란 작품을 추사 최고 작품 중의 하나, 라고 강력 소개하고 있다.    茗禪... 차를 마시며 선정(禪定)에 든다 ,라는 뜻이라고. 십수 년 전, 이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 秋史 전시회에서 난 이 작품을 봤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秋史 전시회에서도 이 작품을 봤다. 그리고 유교수는, 자신의 회심의 역작이라고 자평한, <완당(玩堂) 평전>이란 책에서 예의 이 <명선>의 위대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참고로, <완당(김정희의 또다른 호) 평전(2002년 출판)>은 실패작이었다.     이 책에 수록된 추사의 작품 70% 정도가 ’가짜(위작)‘ 로 판명되었다..     재야의 고수들에게 톡톡히 망신 당한 유교수는 결국 <완당평전>을 절판했다.   유교수가 위대한 작품이라고 했으니; 나도 겉으로는/겉멋으로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경지의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이 작품을 ’위대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그렇게 느끼려고 했다. 어쩌면, ’위대하게‘ 보려고 작정하면, 어떤 것인들 ’위대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근데 좀...... 그랬다. 시간 두고 작품을 보면 볼수록 좀 그랬다. 추사의 다른 작품을 옆에 두고 견주면, <茗禪>은 영 ’위대한‘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 내게 ’<茗禪>이 좋지요?‘ 하고 묻는다면 ’예, 그럼요.위대한 작품입니다‘ 라고 틀림없이 답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는‘ 사람이고 싶어. 뱀다리: 몇 내용에 다소의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유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어떠한 경우에도 폄하 되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텍스트이다.            우리 사회/시민들에게 우리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 또 바라봐야            하는 당위를 마련한 최초의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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