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虛舟) 김의천  (Homepage) 2024-05-02(목) 11:17:39, 9488

<빈 배(虛舟)>   장자(莊子)의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編)'에 수록 가톨릭 수도사 토마스 머튼, 인도 철학자 라즈니쉬, 오강남목사 등 몇 번역/주석자들은 원래 산문인 이 구절이 원체 아름다워 詩 형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배로 江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그 배에 부딪쳤습니다.    그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떠내려 오던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 가지 못하겠느냐고 합니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결국 세 번째 소리치는데,    그 때에는 욕설이 따르기 마련.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江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하겠습니까. 뱀다리: 본명이 장주(莊周)인 장자(莊子)는; 서기前 4세기, 전쟁이 밥 먹듯 매일 일어나던, 중국 전국시대(全國時代)에 태어나고 살다가 그렇게 죽었다; 수많은, 처참한, 어이없는, 무의미한, 무기력한.... 죽음과 고통 속의 사람들을 매일 봤을 터였다. 인(仁)이니 사랑이니 자비니 정의니 하는 “좋은 말씀들’이 얼마나 무력하고 공허한 것인지 莊子는 또한 매일 봤을 터였다.. 더욱이 이 ‘좋은 말씀들’이 왕/제후들의 정치 권력에 포섭되어, 정치 이데올로기로 전락하는 것을 莊子는 역시 봤을 터였다. 莊子는 빈 배 처럼... 소유(所有)니 목표(目標)니 지향(志向)이니 하는 이런 것들을 죄다 뒤쪽으로 치우고; 마음 편히 거닐고 노니는 삶을 권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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