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vs 첼시 최영도  (Homepage) 2008-05-22(목) 08:17:33, 2798

혹 늦잠이 들면 어쩌나! 3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푹 잔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1시다.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통 잠이 와 주질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1시 50분이다. 아내에게 방해 될까봐 조용히 응접실로 빠져나와 맨유와 첼시가 펼쳤던 그동안의 경기들을 보며 결전의 시간을 기다렸다. 양 팀의 감독은 어떤 작전으로 이번 경기에 임할까? 그런데 현장에서 들려오는 첫 소리가 박지성의 결장이다. 퍼거슨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경기가 시작되고 10여분쯤 흘러가자 맨유 감독인 퍼거슨의 마음과 첼시 감독인 그랜트의 의도를 조금씩 알 것 같고 두 분 모두의 뜻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4-4-2 공격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하면서 간간이 허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공격라인에 연결하는 4-2-4 형태를 혼용하여 세계적인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와 세밀한 조직 플레이 그리고 길고 짧은 패스를 적절히 안배하여 정말 아름다운 경기를 이끌어 가는 현존 최고의 축구팀답게 평소와 같이 첼시 전을 치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첼시를 자기 팀 보다 한 수 아래로 보고 평소처럼 초반부터 스피드로 제압하면 두 골 정도는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이 번 경기를 임한 것 같았다. 그랜트 감독의 첼시는 분명 스피드와 개인기 그리고 조직력에서 첼시가 조금 뒤처지지만 우리 선수들도 모두가 세계적인 선수들인데 전반만 잘 버티면 체력전으로 우리가 승부를 뒤 짚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평소 구사하던 4-3-3의 공격 형태를 전반 내내 4-5-1의 수비 형태로 개인기와 조직력의 부족함을 수비 숫자로 메우면서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은 맨유가 내용면에서 3:7 정도로 앞섰으나 스코어는 1:1로 끝나고 말았다. 그랜트 감독의 승리였다. 스피드를 앞세운 현란한 개인기는 체력이 떨어지고 나면 구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탱크 심장 박지성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엄청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4-5-1로 수비에 치중했던 첼시가 4-3-3으로 2-5-3으로 2-3-5로 파상적인 공격을 해대자 맨유가 계속해서 실점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렇게 연장까지 진행되었으나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고 후반 이후 2번이나 골대를 맞춘 첼시가 승부킥에서 불운의 패배를 맞보아야만했다.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킨 첼시가 축구에서는 이기고, 아름다운 축구를 선사하려던 맨유가 축구에서는 졌지만 승부에서는 이겨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두 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담백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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