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북 관전 평 최영도  (Homepage) 2008-03-27(목) 11:32:12, 2848

어제 대북전은 경기결과와 내용면에 있어서 모두 무승부 경기였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한 차례의 시원한 공격도 구사해 보지 못한 몹시도 안타까운 경기였다. 북한이 자기 능력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한 측면도 일부 있었지만, 그런 면 보다는 우리 팀 스스로의 작전 실패에 더 큰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공수 양측에 고른 분배를 위해 애쓰다 보니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아닌 포메이션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 공격 시 북한의 많은 수비 숫자로 인한 숫 적 열세를 만회할 요량으로 조재진과 설기현 박지성을 공격라인에 같이 배치한 4 - 3 - 3 포메이션로 임하다 보니, 좌우측면을 공격할 때마다 좌에서는 박주영과 박지성이 우에서는 박주영과 설기현이 중복되고 말았다. 양 측면에 마크맨까지 겹쳐버리자 2선으로 이영표와 오범석이 침투할 공간이 없어 측면으로 애써 벌였던 공을 할 수 없이 뒤로 돌려 다시 중앙에서 끌고 나오며 시간만 지체하다 빈 곳을 찾지 못한 채 그냥 골대 앞으로 길게 차버리는 단순한 경기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수비수의 2선 침투가 없는 단순한 공격과 양 측면이 겹치는 공격형태를 보임으로써 4-3-3보다는 4-2-4에 가까운 중원에서 미들필더까지 숫 적 열세를 보이곤 했다. 미들필더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공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채 수비는 수비로 그치고 공격은 공격대로 그침으로 인해 실점은 하지 않았으나 공격다운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몇 번의 위기만 맞는 정말 답답하고 불안한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다소 앞섰으나 백패스 위주의 무딘 축구로 팬들을 실망시킨 경기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이 다음 대북 2차전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려고 덤비게 되면 쉽게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아 남은 기간동안 허정무의 고민이 더욱 깊어만 갈 것 같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수 양단간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식 분배보다는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식의 한 마리 토끼에만 관심을 가지는 모험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 아쉬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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