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컴퓨터]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송성수  (Homepage) 2021-11-03(수) 15:22:11, 29424

[컴퓨터]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오늘날에는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신약 개발에서 기후변화 모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적 문제가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 항공기를 띄우거나 증권 거래를 하거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에도 컴퓨터가 없으면 안 된다. 일반인들도 웹서핑, 문서작성, 게임, 쇼핑 등에 컴퓨터를 즐겨 사용한다. 심지어 컴퓨터 없이는 숙제하기도 어렵고 빨래하기도 곤란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컴퓨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출현하고 대중화되었을까? 1983년 1월 ≪타임≫은 표지 모델로 개인용 컴퓨터를 선정했다. 해마다 발표하는 ‘올해의 인물’을 ‘올해의 기계’로 대체한 이례적인 조치였다.   콜로서스와 에니악 컴퓨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계산”이라 할 정도로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적군의 암호를 푸는 일, 탄도의 궤적을 계산하는 일, 폭탄의 실현가능성을 타진하는 일 등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이러한 작업을 이전처럼 수백 명의 인력이 기존의 계산기나 계산표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매우 빠른 계산능력을 가진 기계, 즉 컴퓨터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전자식 컴퓨터의 시초로는 콜로서스(Colossus)와 에니악(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 ENIAC) 등이 꼽히고 있다. 콜로서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군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개발했다. 당시 독일군은 에니그마(Enigma)라는 장치를 이용해 암호를 만들고 있었고, 이를 해독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영국군은 1939년에 울트라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런던 교외의 블레츨리 파크에 1만 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는 튜링(Alan Turing)이라는 젊은 수학자도 있었다. 튜링은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진공관을 채택하여 1943년 12월에 콜로서스 마크 Ⅰ이라는 암호 해독기를 고안했으며, 그것은 1944년 6월에 콜로서스 마크 Ⅱ로 개량되었다. 이를 통해 영국군은 독일군의 암호 중 90% 가량을 해독할 수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승기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구상할 수 있었다. 콜로서스의 존재는 울트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윈터보덤(Frederick W. Winterbotham) 대위가 1974년에 ≪울트라 시크릿≫이란 책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블레츨리 파크에서 사용되었던 암호해독기 콜로서스 마크 Ⅱ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에니악은 탄도표를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1943년 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무어공대의 모클리(John W. Mauchly)와 에커트(J. Presper Eckert)는 국방부로부터 50만 달러의 예산을 받아 컴퓨터 제작에 나섰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에니악을 완성하여 1946년 2월에 공개할 수 있었다. 에니악은 1만 8천 개의 진공관을 사용했고, 무게가 27톤이나 나갔으며, 150킬로와트라는 무지막지한 전력을 소모하는 괴물 같은 기계였다. 에니악은 탄도 계산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도 활용될 수 있었는데, 에니악이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은 수소폭탄의 이론적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콜로서스의 용도가 암호 해독에 국한되어 있었던 반면, 에니악은 특정한 목적에 국한되지 않은 범용 전자식 컴퓨터에 해당했다. 미 육군 탄도연구소에 설치된 에니악. ‘괴물’이란 별명을 얻은 에니악은 총 무게가 27톤이었고, 167제곱미터의 설치 면적이 필요했다. 에니악은 1955년 10월 2일에 벼락을 맞으면서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다 그러나 에니악은 배선을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에니악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합류한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최초의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인 에드박(Electronic Discrete Variable Automatic Computer, EDVAC)을 개념화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컴퓨터는 입력, 출력, 제어, 연산, 기억장치의 5개 부분으로 구성되며, 기억장치에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가 제어장치나 연산장치와 명령이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노이만의 개념을 적용한 최초의 상업적 컴퓨터는 1951년에 에커트-모클리 컴퓨터 사(Eckert-Mauchly Computer Corporation)가 개발한 유니박(Universal Automatic Computer, UNIVAC)이었다. 유니박은 미국 인구조사국에 납품되었으며, 1952년에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명성을 날렸다. 당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스티븐슨 후보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후보를 8대 7 정도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니박은 아이젠하워가 438대 93으로 압승한다는 예측을 내놓았고, 실제 결과는 아이젠하워 442표, 스티븐슨 89표로 나타났다. 유니박은 단 1%의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오차범위 1% 내의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던 것이다. 195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한 유니박. 가운데는 유니박을 개발한 에커트이고, 오른쪽은 CBS의 앵커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는 ‘메인프레임(mainframe)’으로 불린 대형 컴퓨터가 대세를 이루었다. 당시의 컴퓨터는 가격이 수십만 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를 구비할 수 있는 기관은 정부, 군대, 그리고 몇몇 기업과 대학에 국한되어 있었다. 컴퓨터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사람도 관련 분야를 전공한 몇몇 전문가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 이후에 다양한 형태의 소형 컴퓨터가 출현함으로써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니컴퓨터(minicomputer), 마이크로컴퓨터(microcomputer),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 등이 그것이다. 소형 컴퓨터를 찾아서 1960년대에 들어서는 탁자만한 크기의 미니컴퓨터가 속속 등장했다. 그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것은 1965년에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가 출시한 PDP-8이었다. PDP-8은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 기술을 전격적으로 수용하여 크기를 크게 축소시켰고, 대형 컴퓨터 가격의 1/10에 해당하는 1만 8천 달러에 판매되었다. 이어 1971년과 1974년에는 인텔(Intel) 사가 제어, 연산, 기억장치를 하나의 칩 속에 구현한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인 4004 칩과 8080 칩을 개발했다. 그것은 적절한 입출력 장치만 달면 간단한 컴퓨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입각한 컴퓨터를 의미하는 마이크로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의 일이었다. 그해 초에 MITS(Micro Instrumentation and Telemetry Systems) 사는 인텔 8080칩을 장착한 알테어(Altair) 8800을 출시하면서 ≪파퓰러 일렉트로닉스(Popular Electronics)≫에 큼지막한 광고를 실었다. 초기의 알테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전면에 온-오프 스위치와 네온 점등관을 갖춘 본체만 있었을 뿐 모니터와 키보드도 없었다. 이처럼 조악한 알테어가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은 컴퓨터 애호가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전자산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남성들로서 알테어가 출시되자 다양한 부가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었다. 1975년에는 컴퓨터 애호가들의 모임인 홈브루 컴퓨터 클럽(Homebrew Computer Club)이 만들어져 1977년까지 정례적인 모임을 가졌다.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컴퓨터에 해당하는 알테어 8800(1975년) 컴퓨터 애호가들의 취미용 기계에 불과했던 마이크로컴퓨터가 오늘날과 같은 대중적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데에는 1976년에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를 창립한 잡스(Steven Jobs)와 워즈니악(Stephen Wozniak)의 공헌이 지대했다. 홈브루 컴퓨터 클럽의 회원이었던 두 사람은 1976년에는 애플 Ⅰ 컴퓨터를, 1977년에는 애플 Ⅱ 컴퓨터를 개발했다. 특히, 애플 Ⅱ 컴퓨터는 모니터, 키보드, 본체,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포함하고 있어서 일반 대중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 Ⅱ는 1977년 4월 시장에 나오자마자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1980년까지 12만 대가 팔려 마이크로컴퓨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컴퓨터의 대중화를 촉진한 애플 Ⅱ(1977년) 세기의 협상 당시에 대형 컴퓨터 생산업체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던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은 1980년에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IBM의 경영진은 마이크로컴퓨터를 스스로 개발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후 인텔(Intel)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킬달(Gary Kildall)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를 사용하고자 했다. 당시에 킬달은 디지털 리서치(Digital Research) 사를 이끌면서 CP/M(Control Program for Microcomputer)이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한 상태였다. 그러나 킬달을 끌어들이려는 IBM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고, 그 대신에 빌 게이츠(Bill Gates)와 폴 알렌(Paul Allen)이 1977년에 창립했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IBM의 파트너로 선택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프로덕츠(Seattle Computer Products)에게 단돈 5만 달러를 주고 CP/M이 개작된 버전인 QDOS(Quick and Dirty Operating System, ‘86-DOS’로도 불린다)를 구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년 동안의 노력 끝에 PC-DOS(Personal Computer Disk Operating System)라는 운영체제를 완성했는데, 여기서 PC는 ‘개인용 컴퓨터’의 약어로 IBM이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 만든 이름이었다. 킬달은 PC-DOS를 본 순간 자신의 CP/M가 활용되었다는 점을 알아차렸지만, IBM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만족했다. IBM은 자신의 PC에 PC-DOS와 함께 CP/M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처음에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거액의 자금을 지불할 테니 운영체제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권을 가지고 IBM이 그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을 주장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MS-DOS라는 이름으로 IBM의 호환기종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운영체제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IBM PC용 DOS가 PC-DOS이었던 반면, IBM 호환기종에 사용되는 DOS는 MS-DOS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IBM은 거액의 자금을 뿌리친 빌 게이츠를 “세상 물정을 모르는 대학원생” 정도로 생각했다. 정장 차림으로 계약에 임했던 IBM의 임원들에게는 간편한 복장의 빌 게이츠가 대학원생 정도로 비추어졌지만, 빌 게이츠는 운영체제가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약은 훗날 “세기의 협상”으로 평가되었고, “IBM이 트로이의 목마를 끌어들였다.”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함께 한 모습(1981년) IBM PC의 등장 IBM은 1981년에 오늘날 PC의 원조로 평가되는 IBM 5150을 시장에 내놓았다. 하드웨어로는 인텔 8088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갖추었고,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PC-DOS를 기반으로 삼았다. IBM은 PC를 출시하면서 설계사양과 운영체제를 공개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를 매개로 IBM PC는 컴퓨터 산업계에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당시에 IBM은 운영체제를 별도의 옵션으로 제시했는데, PC-DOS를 선택하면 40달러, CP/M-86을 선택하면 240달러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PC-DOS은 CP/M-86보다 성능이 떨어졌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누렸다. 1981년에 출시된 IBM 5150으로 현재 사용되는 모든 PC의 원조라 할 수 있다. IBM은 시스템을 공개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PC 시장을 급속히 석권하면서 애플을 능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컴팩(Compaq), 델(Dell),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HP)를 비롯한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IBM PC를 모방한 유사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면서 IBM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예를 들어, 286 컴퓨터(인텔 80286을 탑재한 16비트 컴퓨터)는 1982년에 IBM이 먼저 개발했지만, 386 컴퓨터(인텔 80386을 탑재한 32비트 컴퓨터)는 1986년에 컴팩이 먼저 출시했던 것이다. IBM의 시스템 공개 전략으로 덕을 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IBM PC와 호환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드는 업체들에게 CPU나 운영체제를 오랫동안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5년에 ‘윈도 95’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를 배경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의 칩이 결합된 컴퓨터가 인기를 끌었고, 윈도의 ‘윈’과 인텔의 ‘텔’이 결합된 ‘윈텔의 시대’라는 용어가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포스트 PC 시대가 도래하면서 윈텔 제국의 몰락에 대한 논의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보컴퓨터나 큐닉스와 같이 청계천 세운상가에 있던 중소기업들이 1981년에 애플 Ⅱ를 복제하여 국산 PC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IBM 호환용 PC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컴퓨터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의 5강 체제를 형성했다. 당시에 컴퓨터 1대의 가격은 100만원 정도였는데, 대학생들에게는 컴퓨터가 자산목록 1호에 들어갈 정도의 고가품이었다. 화폐 가치가 매우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컴퓨터 가격도 비슷한 액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만큼 컴퓨터에 관한 제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요약] 전자식 컴퓨터는 제2차 세계대전을 매개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콜로서스와 에니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에는 ‘메인프레임’으로 불린 대형 컴퓨터가 대세를 이루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형 컴퓨터들이 속속 등장했다. 1975년에는 최초의 마이크로컴퓨터인 알테어 8800가 출시되었고, 1977년에 개발된 애플 Ⅱ는 컴퓨터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이어 IBM은 PC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1981년에 오늘날 PC의 원조에 해당하는 IBM 5150을 선보였다. ☞ 송성수의 ‘네이버 지식백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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