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의 유래 송길원  (Homepage) 2019-10-21(월) 09:54:35, 10322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스님 한 분이 큰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게 되었다. 동냥으로 얻은 쌀을 자루에 짊어지고 가는 게 스님도 힘들었다. 마침 농부 한 사람이 소로 논을 갈다가 나무 그늘에 와 함께 쉬게 되었다. “곧 모를 내야 할 텐데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요. 날이 이렇게 가물어서야, 원.” 스님은 입고 있던 장삼을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말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해 지기 전에 비가 내릴 겁니다.” 농부는 믿기지 않았다. “에이. 스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이렇게 쨍쨍한 날 무슨 비가 올라고요” “두고 보시지요. 틀림없이 곧 비가 올 겁니다.” 결국은 스님과 농부 사이에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스님, 그럼 내기를 합시다. 스님 말씀대로 해 지기 전에 비가 오면 저 소를 드리지요.” 스님도 지지를 않았다. “좋습니다. 소승은 가진 게 이 쌀밖에 없으니, 지면 이 자루에 든 쌀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농부는 다시 논을 갈고 스님은 나무 밑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 때였다. 마른하늘에 천둥이 쳤다. 곧이어 시커먼 비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뭉게뭉게 모여 들었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흠뻑 비에 젖은 농부가 소를 몰고 나무 그늘로 다가왔다. 비가 반가웠던 농부는 소를 잃게 된 것도 잊어버리고 좋아서 묻는다. “스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갑자기 비가 올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예. 소승이 입고 있던 옷을 만져보고 알았지요.” 이유를 궁금해 하는 농부에게 스님이 말해준다. 스님들은 빨래를 자주 못 하니 늘 옷이 땀에 젖어 있단다. 땀은 곧 소금이니 물기가 닿으면 눅눅해진다고. 마침 장삼을 만졌더니 젖어 있어 곧 비가 오리라 여겼다는 거다. “아, 예. 스님 내기는 내기니 소를 몰고 가시지요.” 스님이 껄껄 웃으면서 소고삐를 잡았다 농부에게 건네며 말한다. “소승에게 이 소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농부님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번 일을 교훈삼아 농사나 잘 지으십시오.” 스님이 떠나자마자 쏟아지던 비는 뚝 그쳤다. 하늘도 금새 맑아졌다. 이런 일 이후로 여름날에 갑자기 쏟아지다가 뚝 그치는 비를 일러 소를 걸고 내기를 해서 생겨난 비라는 뜻으로 ‘소내기’라 했다 한다. ‘소내기’가 변형되어 ‘소나기’가 되었다는..... 전래된 민담을 건네 준 내 친구 이동춘 시인을 놓고 김재평 교수 하는 말. “우리 춘 내기 하자.”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오늘은 소나기 대신 욕바가지 쏟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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