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데이트 일기 송길원  (Homepage) 2017-06-22(목) 06:18:59, 6434

지난 주일(6월 18일)이 미국에서는 Father's day였습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그들은 이 날을 크게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식탁을 함께 하고 선물을 건넵니다. 주일 설교해야 하는 교회에서 칼럼을 요청하기에 이전에 글을 조금 재 편집해서 건넸습니다. <<아버지와 데이트 일기>> 요즘 주말마다 부모님과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석 달은 참 재미있다가 슬슬 핑계 거리가 생각납니다. 더구나 ‘그 놈의 토요일은 왜 그리도 빨리 찾아오는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고역(苦役)이 되기도 했습니다. 젊은 날,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떠날 때는 설레고 돌아올 때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요. 부모님과 데이트는 무겁던 발걸음이 돌아 올 때는 한없는 기쁨으로 충만하기만 합니다. 토마스 볼프(Thomas Wolfe)가 이런 말을 하지요. “인간의 생명을 깊이 탐구해 들어가면 결국 인간들은 자기의 아버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육신을 준 아버지 혹은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정도가 아니라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우리는 암암리에 탐색하고 있다. 아버지의 힘과 지혜와 사랑과 사상과 신앙 등이 사실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뿌리인 것이다.” 개념을 새롭게 설정했더니 요즘은 주말이 더 기다려지곤 합니다. 이제는 떠날 때는 떠날 때대로 가슴 설레고 돌아올 때는 돌아올 때대로 나를 발견한 기쁨에 충만합니다. 어느 날의 일기입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아서밀러 원작 <아버지> 연극을 관람했다. 연극은 마종기님의 시, “며루치는 국물만 내면 끝장인가?”라는 시를 대사로 삼았다.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상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 며루치는 비명을 쳤겠지. 뜨겁다고, 숨차다고, 아프다고, 어둡다고, 떼거리로 잡혀 생으로 말려서 온몸이 여위고 비틀어진 며루치떼의 비명을 들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치떼를 생각하자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 있다”-마종기 시인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아버지>는 오늘날 아버지들의 초상화였다. 이곳저곳에 흐느껴 우는 이들이 많다. 중장년만이 아니다. 젊은이들도 손수건을 꺼내들곤 했다. ‘너희 아버진 폭풍 속에서 항구를 찾는 조각배 같은 분이셔...’ 가슴에 와서 콕 박히는 대사였다. 연극을 보며 아버지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아버지 분의 이순재씨의 컬컬한 목소리는 아버지에게 전달되지 않는 듯 했다. 연신 어머니를 쳐다보며 뭐라고 묻는 모습이 짠했다. 로비로 나와 이순재씨와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대에 섰던 연극인과 삶의 현장에서 아버지로 살아 온 두 분이 손을 맞잡고 선 모습이 당차고 씩씩해 보였다. 두 분이 이번에는 듀엣으로 소리치는 듯 했다. “우리는 화해할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우리는 부자(夫子)니까.” “푸른 바다에 뛰어 들어라. 푸른 바다는 진주조개로 가득 찼다.” 이번에는 내가 아버지를 향해 소리친다. “부(父)라보 파파!!” 그 ‘누군가’에게 권해보고픈 부모님과의 데이트, 그 ‘누군가’가 언제나 ‘나’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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