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경험도 일천하고 시를 학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별 지식도 없는 내가 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나름대로 정립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연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보잘 것 없는 내가 시에 대하여 거창한 학문적인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시를 쓰면서 시에 대하여 내린 결론은, 어쩌면 시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짧은 글로 표현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는 역사적으로 약자가 강자를 비꼬거나 압제에 짓눌린 서민을 위하여 권력자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이전에는 시가 거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지만, 그래도 명시는 대부분 유배지에서 많이 탄생하였고 기생들도 시를 곧잘 썼으며, 근대로 오면서 한글의 보급으로 누구나 시를 쓰고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주체가 모든 사람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사회의 발전만큼이나 엄청난 사건인데, 그것은 결국 누구든지 말과 글을 통해 당당하게 사회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며, 그에 대응하여 그 말과 글이 모든 사람에게 읽힐 수 있어 그 대상도 모든 사람에게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인 시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주제나 경향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그 소재나 내용은 결국 우리의 일상생활이 될 것이며, 그 가치는 특정집단이 아닌 얼마나 많은 대중의 가슴에 와 닿느냐 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글을 쓰는데 있어서는, 한편 한편이 요행일 수 없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현학적으로 써서도 안될 것이며, 그 풍미를 위하여 약간의 기법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진솔하게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 무엇이 시가 되고 어떻게 시로 표출되는 것일까?
순서를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그 사람의 간절한 희망이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랑과 꿈, 사회에 대한 바람이나 교훈 등으로 확장되어 시가 되고, 글 쓰는 이의 고통과 진솔한 성찰을 통해 시로 표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엔 조국의 독립과 민초들의 인간다운 삶이 간절한 희망이었기에 조국에 대한 사랑과 민초들의 삶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래서 그 시절 유명한 시인도 많았지만 소재가 대부분 조국에 대한 시가 많고, 요절한 천재시인들의 경우 결혼을 해서 자녀를 키워보지 않았기에 부모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에 관한 시가 드물고, 그 시절 남녀 간의 사랑을 논하기 어려웠기에 남녀 간의 사랑이나 현대사회의 각박한 삶에 대한 시가 드물다.
세상은 점차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되어 시의 소재는 무궁무진해 지고 그 기법이나 매체 또한 발전하여, 문단의 폐쇄성에 반하여 인터넷 세상은 누구나 시를 쓰고 발표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나는 일찍이 누구든지 멋진 시의 소재가 될 인생과 시를 쓸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누구나 시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 바 있는데, 작금에 이르러 시가 내용보다는 기교에 치중하다보니 시가 죽었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으나, 최근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하여 풍부한 인생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하고 있고, 그들이 그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시를 쓴다면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제2의 문화부흥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0-12-28(월) 16: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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