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죽음4 - 어디서 떠날까 김영국  (Homepage) 2022-10-09(일) 18:04:17, 37586

몇 십 년 전만 해도 집에서 임종을 하고,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밖에서 죽는 걸 객사라 하여 안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간호를 받다가 눈을 감고, 그 병원에 딸린 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80년대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전자에 따랐고, 그 30년 뒤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후자에 따랐다. 나는 부모님의 임종을 다 지켜보았다. 고향집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별세했을 때 그야말로 우두망찰이었다. 큰아버지도 살아계시고 이웃 어르신들이 도와주셔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반면에 어머니의 경우는 가까이 의료진이 있다는 생각에 훨씬 더 침착할 수 있었다. 장례식은 그냥 자동 모드였다. 옛날에는 다들 집에서 애기를 낳았다. 경험 있는 할머니가 조산원으로 애기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그러는 사람이 없다. 산모도 가족도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죽는 것도 마찬가지다. 병원이라야 환자도 가족도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떠나는 길 덜 아프고, 가족들 덜 걱정시키는 병원에서 가고 싶다. 내 친구 하나는 집에서 가고 싶다고 애들한테 단단히 얘기해뒀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의 아파트가 고향도 아니고 엘리베이터는 관을 받아들이기에 또 얼마나 옹색한가. 그리고 누가 24시간 지켜줄 것인가. 얼마나 힘들고 불안할까. 당연히 병원에서 눈을 감아야 한다. 일반병원 중환자실은 너무 적적할 것 같고, 호스피스병동은 평소의 내 취향이 아니라서 불편할 것 같다. 옆에 환우들도 있고, 가족들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요양병원 다인실에서 생의 끝자락을 보내고 싶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으셨다. 그 전에 몇몇 요양병원을 전전하였다. 한 병원에 일정 기간 이상을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요양병원의 실태를 어느 정도는 아는 편이다. 다들 괜찮았다. 나중에 어머니는 부산의료원과 바로 이웃에 있는 요양병원을 오가며 지냈다. 의료원에 천사 같은 비뇨기과 의사가 있어 어머니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요양병원에까지 와서 기꺼이 처치해주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요양병원의 연락을 받고 갔더니 어머니가 일인실에 모셔져 있었다. 그곳이 말하자면 임종실이었다. 그날 거기서 어머니는 편안히 떠나셨다. 임종이 임박했음을 알아본 것도 놀랍고, 임종을 위해 격리된 공간을 마련해준 그 세심한 배려도 고마웠다. 언론에 나온 악덕 요양병원은 적어도 대도시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가족들이 사전에 답사를 하고 또 거의 매일 면회를 가는데 그럴 수가 없다. 바로 옆에 요양병원들이 즐비한데 나쁜 소문이 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있는 병원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준비돼 있어 그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식사도 아주 위생적이고 맛도 괜찮았다. 가벼운 운동시설, 산책 코스도 마련돼 있었다. 환우들과의 교유도 활발했고, 간병인제도를 공동으로 운영하니 간병비도 부담이 적었다. 중환자실이나 호스피스병동에 비하면 다정한 경로당이나 오순도순 모여 사는 시골 마을 같은 곳이 요양병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어머니처럼 살다가 어머니처럼 가고 싶다. 그때 내 상황이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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