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인생의 빼박 증거 김영국  (Homepage) 2021-06-11(금) 05:54:50, 16821

인생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바로메타는 없을까. 지위 고하는 아닐 것 같다. 최고 지위라 할 수 있는 대통령직에 오른 사람들을 두고 그들의 인생이 성공했다는 평가에 수긍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부의 축적 정도도 아닐 것이다. 호화로운 저택의 가족들이 오순도순 화기애애하게 사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명예도, 인기도 물거품 같은 것이라는 걸 무시로 보고 듣고 있다. 최근에 비로소 성공 인생의 빼도 박도 못할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 강변을 산책하다가 내 또래의 노인 부부가 손을 잡고 걷는 것을 보았다. 예사롭게 보아왔는데, 생각해보면 이건 기적 같은 일이다. 청춘도 아니고 불륜도 아닌 일흔 전후의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걷고 있다니! 살아보면 안다, 다음 예화를 보면 안다, 이게 어째서 기적인지를. #1. 유명한 프로파일러가 방송에 나와 고백했다. 그는 800여 명의 범죄자를 신문하여 그들의 심리를 분석해낸 베테랑이다. 내로라하는 지능범도 그 앞에서는 결국 두 손을 든다. 그러나 그 베테랑이  끝내 두 손을 들어버린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그의 아내라고 했다. 그 프로파일러가 여성이었다면 그 사람은 필시 남편일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프로파일러의 표정은 천변만화하는 아내의 내면에 대한 경탄이 아니라,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변덕에 대한 진저리였다. #2. 중년 부부 모임에서 한 사람이 짓궂은 제안을 했다. “지갑에 배우자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오늘 회비는 면젭니다.” 한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여자들의 테이블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그 아내에게 부러움의 시선이 집중되는 찰나, 그 아내도 손을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남자 테이블에서 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사회자가 남자의 지갑을 확인하고 대체 언제 그 사진을 보는지 물었다. “참고 견디기 힘들 때마다 지갑을 꺼내어 사진을 본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기운이 솟아오른다.” 일시에 분위기가 쏴하게 가라앉으며 감동이 좌중을 감쌌다. “내가 이 여자하고 30 년을 살아왔는데 견디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노 생각하면......” 듣고 있던 아내가 남편의 말을 끊고 반격을 했다. “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이 사진을 보고 힘을 냅니다. 이 인간을 그래도 저 정도 사람으로 만들어 놨는데 세상에 그보다 힘든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아오른답니다.” #3. 중년의 여인이 용하다는 도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남편의 사랑이 식은 것 같다. 잠자리 횟수도 줄어들고 옛날처럼 뜨겁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도사가 비방이 담긴 봉투를 주며 절대로 아내가 열어봐서는 안 되고, 잠자리 직전에 남편에게 주어 다른 방에서 열어보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예전의 열기를 회복했다. 봉투에 든 비방은 간단했다. “저 방의 여자는 내 아내가 아니다.”를 스무 번 반복하고 난 뒤, 불을 켜지 말고 아내 곁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4. 넬슨 만델라의 이혼을 두고 코메디언 크리스 록이 한 개그가 유명하다. “결혼은 진짜 빡센 거야. 결혼이 얼마나 빡센 거냐면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어.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다고. 만델라는 27년 간 남아공 감옥에 갇혀있었어. 27년 간 고문과 매질을 견뎌냈고 40도가 넘는 남아공 사막에서의 강제노동도 참아냈어. 그 지옥 같은 27 년을 참아내고 감옥에서 나와, 부인하고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외쳤어. ‘씨X, 나 돌아갈래!!!!!’”                                                                        생리학자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턱없이 짧음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것이 사랑임을 우리는 이미 다 안다. 시인 문정희는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했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일흔 즈음이면 혼인 상태가 대략 4~50 년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몇 번을 반복했을 터다. 오죽했으면 문정희는 남편을 두고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라고 했겠는가. 그 긴 시간 그 많은 고비를 넘기고도 저렇게 나란히 손을 잡고 걷고 있다니! 아무것도 따질 필요가 없다. 재산은 얼마나 모았는지, 어느 자리까지 올라봤는지, 자식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 무조건 그들은 한번뿐인 인생을 잘 살아낸, 잘 살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100점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뱀발 나도 아내와 나란히 걷는다. 손은 따로따로다.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는다. 닿기만 해도 찌릿찌릿 전기가 통해서.^^ 이러면 몇 점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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