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예-이 노래2 김영국  (Homepage) 2020-08-04(화) 20:49:31, 16862

나는 나훈아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리고 그를 좋아한다. 늙으면 다들 늙은 만큼 보기가 민망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가 더 심하다. 한창 때의 수려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의 입장에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스타의 모습은 안쓰럽다. 그런데 나훈아는 늙어갈수록 더 보기가 좋다. 젊을 때 귀공자 스타일의 남진과 달리 그의 모습은 억세고 촌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중후하고 기품 있고 훨씬 더 섹시하다. 노래도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졌다. 그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TV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무대는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그는 속세를 떠나 어디 선계에나 숨었는지 언론에 가십도 한 줄 나오지 않는다. 대중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할 즈음 나타난다. 그리고는 전국 순회공연을 한다. 티켓이 불티나게 팔린다. 인기 아이돌을 능가한다. 전국의 청소년이 눈에 불을 켜고 덤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더없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공연은 비교 불가다. 한 번 보았는데 내가 이 가수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사할 정도였다. 그때에 맞추어 그동안 만든 신곡을 발표한다. 신곡 홍보 따위는 없다. 그 길로 그는 다시 기나긴 잠수에 들어간다. 그래서 그에겐 가황이란 별칭보다 가객이 더 어울린다. 그는 이 시대 대중가요의 전설이 아니라 이미 신화가 되었다. 나훈아는 천재다. 작사 작곡 노래를 혼자 다 한다. 세 분야가 다 정상급이다. 여기서는 그의 노랫말에 주목한다.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이건 그냥 대중가요 가사가 아니라 한 편의 시다! 라고 감탄하곤 한다. 다듬거나 기교를 부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 가사에 맞춰 곡을 입히고 또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부르니 삼위일체가 따로 없다. 가사만 따로 보면 투박한데 노래에 실으면 기가 막힌다. 미당의 시를 송창식이 노래한 <푸르른 날> 등은 뭔가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지 않던가. 그의 노래 <공(空)>,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 등은 제목만으로도 대중가요의 격을 한 차원 높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라예>도 제목에 끌렸다. ‘장구의 신’이라 불리는 박서진의 노래로 처음 만났다. 가만히 따라 불러보니 딱 내 취향이었다. 무뚝뚝이 겡상도 총각하고 새침둥이 부산 처자 사이의 첫사랑 얘기였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아이라예’라는 사투리로 풋풋했던 옛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수면 아래에 있던 이 노래를 삼천포 출신 박서진이 건져 올렸다. 사투리의 맛은 살려냈지만, 이제 막 20대인 박서진이 70년대의 정서까지는 알 수 없었으리라. 나훈아와 박서진의 노래를 번갈아 들어보면 반복되는 ‘아이라예’가 각기 어떻게 다른 어조여야 하는지, 그것까지를 박서진은 모르는 것 같았다. 갯내 묻어있는 부산 사투리를 이렇게 향기로운 노랫말로 변신시킨 나훈아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이 노래는 가수 강산에의 <와그래쌌노>와 더불어 경상도 사투리의 음악성을 입증한 노래로 기록될 것이다. 니 내를 사랑하나 아이라예 거라먼 싫어하나 아이라예~ 아이라예 아이라예 수줍어하던 그 사람이 생각이 난다 손목 한번 잡는 것도 눈치 보였고 언불생심 키스까진 천만의 말씀 몰라예 아이라예 부끄러버예 보고 싶다 부산 아가씨 내 니를 어찌할꼬  모릅니더 그라모 누가 아노 모릅니더~ 모릅니더 모릅니더 얼굴 붉히던 첫사랑이 그리워진다 철철 끓는 타는 가슴 콩닥거렸고 보다덤고 싶었지만 천만의 말씀 몰라예 아이라예 부끄러버예 보고 싶다 부산 아가씨 몰라예 아이라예 부끄러버예 보고 싶다 부산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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