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꼬-이 시3 김영국  (Homepage) 2019-12-12(목) 20:03:20, 8575

(1) “그냥 오지, 만다꼬 이리 비싼 걸 사 들고 왔노?” (2) “만다 그래 쌓노?” 사투리에는 그 지방 사람들의 정감이 배어 있다. ‘만다’ ‘만다꼬’만큼 겡상도 사람의 성정을 잘 담고 있는 말도 없을 듯하다. 이 말을 굳이 표준말로 바꾸면 ‘뭐 하려고?’ 정도가 될 것이다. 그 표준말에서는 저 사투리가 나올 수 없다. 본딧말은 무엇일까? 아마 ‘뭐 한다고?’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표준말로도 본딧말로도 ‘만다’나 ‘만다꼬’ 자리에 대체 불가능이다. 가까스로 뜻은 통하겠지만 그 말에 묻어있는 정감은 다 휘발되고 만다. 본딧말이 축약되고 그 축약된 말이 사용되는 긴 세월 동안 이 말에 스며든 겡상도 사람의 정감은 대체 무엇일까. 예문(1)의 화자는 선물을 사 들고 온 목적을 묻고 있지 않다. 더욱이 그 행위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예문(2)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애쓰는 이유를 묻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일 한다고 나무라는 것도 아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겡상도 사람들은 그 뉘앙스를 다 안다. 다음 시는 그것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투박한 겡상도 사투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의 글감이 될 수 있다니.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한글날에 즈음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현창하는 시를 공모했던 모양이다. ‘만다꼬’라는 말이 좋아 여기저기 디비다가 2012년 우수작으로 뽑힌 이 시를 만났다.                                              만다꼬                                                                         양희진      만다 이래 자주 내려오노      고생시럽구로      만다 이런 건 사오노      니 묵을 것도 없을낀데      내는 늙어서 인쟈 일없다      이런 건 한창 힘쓰는 니나 마이 묵어라      가시나야      안 무가 빼빼 예빈 거 바라      요거 무 바라      요것도 무 바라      내는 여 천지로 있으니까 니나 마이 묵어라      서울에 오만 거 다 있어도 이거는 없재?      내 안 가 봐도 다 안다.      니 돈 번다고 밥도 제 때 안 묵재?      내 안 봐도 환하다.      그카는 할매는      내 온다고      새벽부터 나와가 기다리가      손이 이래 얼어가      날도 추분데      집에 있지      만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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