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력 김영국  (Homepage) 2017-12-07(목) 20:16:53, 2330

늙어가면서 모든 힘이 다 쇠잔해지는데 유독 공감의 힘은 부쩍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 나는 눈물이 없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장례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 때 겪은 할머니 장례식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아 민망해했다. 슬픈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은 드라마를 보다가 느닷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심지어는 열창하는 가수에게 눈물을 보이는 방청객이 클로즈업되면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내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대개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엄마가 못을 박다가 망치로 손을 쳐서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을 아들과 딸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살핀 실험이 있었다. 딸은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다가가는 반면, 아들은 방으로 들어가버리거나 엄마 대신 박아주려고 했다. 부부 싸움의 원인도 대개는 공감 능력의 차이에 있다. 남자들의 공감력이 모자라는 까닭을, ‘남자는 모름지기...’ 하고 남자의 감정 표현을 억압해온 사회 문화에서 찾는 이론이 있다, 한편 진화심리학에서는 남자가 공감 능력의 퇴화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사냥감에 화살을 겨누다가 그 간절한 눈빛에 공감해버린다면 가족들은 굶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라고 구박하는 아내들이여, 남자에게 이렇게 아픈 과거가 있었음을 헤아려주시길.^^) 유재석은 사실 개그맨 치고 웃기는 능력이 모자란 편이다. 유머 감각 순으로 줄을 세우면 그는 한참 뒤에 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긴 무명시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MC 자리에 오르면서 떠올랐다. 그런데 MC의 기본 자질인 언어순발력도 신동엽이나 전현무보다 떨어진다. 그런데도 다들 그를 ‘유느님’으로 받든다. 그의 탁월한 공감 능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제동이 유재석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유재석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 같아도 그런 마음 들었겠다.” 그 짧은 한 마디에 김제동은 사이다를 마신 듯 가슴이 뻥 뚫린다고 했다. 2차대전 전범들의 심리검사를 했다. 대체 정신에 어떤 문제가 있어 그렇게 잔혹한 짓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별다른 특징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공감 능력이 모자라더라고 했다. 사노 요꼬의 책을 읽다가 흠칫했던 적이 있다. ‘나는 학교 선생과 의사가 너무 싫다. 그들의 눈높이가 우리와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의사가 무심하고 매정하다는 건 겪어서 알고 있지만 선생님도 학생에게 그렇게 비쳤다는 말인가. 그렇긴 하겠다. 심각한 얼굴로 찾아온 학생을 선생님들은 어떻게 대했던가. 모니터에 눈을 박은 채,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성가신 듯 짜증스럽게 “뭐야, 또?” 아니면 기껏 “알았어. 열심히 해봐.”가 고작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 교사들의 공감력 부족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떤 상담전문가는 문제 가정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족 상호간의 공감력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답이 넘치는 집안은 정서가 메마르고 공감이 넘치는 집안에는 행복이 충만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그랬구나!” 하고 공감하는 연습을 반복하라고 권고한다. 공감의 위력을 맨 먼저 눈치 챈 분야가 정치다. 대선 때 후보의 눈물 사진 하나가 대세를 뒤집은 적이 있은 이래 너도 나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정 많은 국민들은 그때마다 감동한다. 그 동안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에 무관심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대의 화두인 ‘소통’의 기본 요건도 공감이다. 이성과 논리로만 소통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 공감력을 사고력, 기억력, 창의력 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공감력을 제고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그것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하여 그 결과를 학과와 직종의 성격에 맞추어 전형 자료로 활용하게 하면 어떨까. 공감력 훈련을 받은 바 없는 내 공감력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에스트로겐 주사를 놓으면 남의 편인 남편이 다정한 내 편으로 둔갑하고, 냉정한 선생님도 따뜻한 선생님으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런데 거짓 눈물, 시장통에서 어묵 먹기, 친상親喪에도 하지 않는 3년 동안의 노란 리본 달기 등으로 공감 코스프레를 연출하다 입 싹 닦아버리는 저 정치꾼들에겐, 대체 주사 몇 방을 찔러야 진짜 국민 편 나라 편이 될까. 혹시 주사기론 어림없고 호르몬 링거 병을 달아야 하는 건 아닐까.^^

김영국		글을 올려놓고 최선생님이 이번에는 적당한 그림을 못 찾겠구나 했는데 기막힌 사진을 찾으셨군요 감사합니다. 낚싯배 사건을 대하는 청와대를 보고 '입을 싹 닦아버리는' 위 표현이 무색해졌습니다. '국가의 책임'이라며 사과를 하고 묵념을 하더군요. 대단한 공감력입니다. 국가의 책임이니 이제 그분들을 의사자로 대우하든지 아니면 국민 세금으로 거액을 조위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국민상대로 의연금을 거두든지 그것도 아니면 누가 책임지고 물러나든지 해야 할 텐데 지켜볼 일입니다.	2017-12-09 10:09:38
최영도		교장선생님, 건강하시죠! 산에 다녀오는 날이라 늦게 읽어 답글 늦었습니다. `마음이 곧 손(행동)이다.`라고 생각되어 손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여느 정부 때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로남불`식으로 해대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면 ``형제의 눈 속에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이 떠오르곤 한답니다. 힘의 논리에 힘의 논리로 맞서는 이 들의 행동이 너무 저속하여, 제가 경멸하던 이전 정부 사람들과 같아 보입니다!	2017-12-09 20: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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