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인심 김영국  (Homepage) 2016-12-02(금) 06:19:30, 2506

지하 2층까지 내려갔던 엘리베이터가 1층까지 논스톱으로 왔다. 다행히 텅 비어있었다. 갑갑한 마스크를 벗었다. 마침 방귀가 마려웠다. 40여층까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실례를 해버렸다. 옆에 있던 아내가 쿡 찌르며 지청구를 했다. 2,3층에서 누가 타면 어쩌려고? 아닌 게 아니라 2층을 프리 패스한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덜컥 멈추었다. 내 또래쯤 돼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탔다. 산책을 하고 오는 차림새였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벌써 더워지는 것 같죠.” “네, 갑자기 더워지네예.” 냄새에 어떻게 반응할지 긴장하고 있던 나는 문득, 구안와사로 비뚤어진 입을 가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스크를 썼다. “냄새가 나지예? 미안합니더. 방구를 막 뀌고, 턴다고 털었는데...... 냄새가 남아있었네예. 미안합니더.” 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가만히 있거나 괜찮다고 해버리면 될 것을 기어코 아내가 이실직고했다. “아이라예. 애들 아빠가 1층에서 뀌었어예. 그 냄새라예.” 그러면서 나를 또 쿡 찌르며 눈을 흘겼다. “아입니더. 내가 덜 털어서 그래예. 미안합니더. 허허.”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먼저 내립니더. 미안합니더. 안녕히 가세요.” “아이라니까예. 안녕히 가세요.” 주책바가지 아내를 원망하면서도, 우리 아파트 인심이 꽤 괜찮은 편이라고 혼자 위안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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