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기의 폴란드통신 6편 김은숙  (Homepage) 2025-07-02(수) 07:46:35, 87017

유럽여행의 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기차로 도시를 이동하고 숙소 체크인(시간상 주로 숙소에 짐을 맡겨야 함) 그리고 점심 식사 후 구시가지 탐방. 숙소가 거의 구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도보로 다닐수 있고 조금 떨어진 곳은 트램을 이용한다. 이틀 혹은 3일에 한번씩 도시를 이동하느라 기차를 이용하는데, 캐리어를 들고 기차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미션이다. 겨우 캐리어를 들고 기차에 오르고도 캐리어 놓는 곳이 윗 선반만 비어있을 경우 그것도 들어올려야 한다. 헝가리에서 쇼핑을 하고 한국 식재료를 구입한 것이 후회될 정도로 가방 무게 때문에 힘들다.(올 때보다 2kg줄었다가 다시 4kg가 더 늘었는데 그 무게 만큼 힘들다) 내가 감당할 만큼의 짐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나의 여행 규칙인데, 헝가리에서 다소 싼 물가때문에 잠시 이성을 잃었다. 어리석은 그때의 은수기를 나무라고 싶다. 수천개의 건축물과 예술품들로 가득차 있는 크라코프(krakow)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있는 도시이다. 폴란드에서는 드물게 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적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오는 이유는 근처에 있는 아우슈비츠(오슈비엥침)를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오는 기차안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다시 보았다.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나치당에 입당하고 뇌물과 여자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독일의 환심을 사 돈을 벌기 위해 애썼다. 추방당하는 유대인의 돈을 가로채 사업자금을 늘리고 유대인의 노동력을 이용해 공장을 돌렸다. 누구보다 속물적이고 유대인을 착취하던 그가 유대인이 학살당하는 참상을 눈앞에서 보고는 점차 유대인들을 돕기시작하며 '유대인의 천사'로 불리우게 된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체코에 섬유공장을 세워 1200여명의 유대인을 죽음에서 구한 뒤 나치의 표적이 되어 도망자가 된 그는 그뒤 여러 사업에 실패하여 파산했으나, 결국 그에게 돈을 빌려주고 살린 사람들 또한 유대인이었다. 독일인이면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시온산 카톨릭묘지에 묻힌 인물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인 사회는 쉰들러를 '의로운 이방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으로 공식 인정하고, 특별히 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지이자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시온산에 묻히는 것을 허용했다. 비유대인, 특히 독일인이 시온산이라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종교적 성지에 묻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쉰들러의 묘지에는 유대인 관습에 따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작은 돌이 많이 올려져 있다고 한다. 아침 6시, 7시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한 아우슈비츠(오슈비엥침)에 가기 위해 투어버스에 올랐다.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아우슈비츠 입구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 2차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가 함락되자마자 독일의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시작된다. 당시 폴란드에는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00만의 유대인이 거주하였다. 나치는 1940년 크라코프 인근 아우슈비츠지역에 7번째 정치범 수용소를 건립하게되는데, '유대인청소'라는 나치의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이곳을 인류역사 최대의 처형소로 만들어버렸다. 유대인들의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빨간 벽돌 건물의 수용소 정문에는 '노동이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 라는 구호가 보인다. 유럽 전역에서 기차로 도착한 유대인들을 즉석에서 구분해 노약자 어린이 병든 여성들은 바로 처형되므로 노동을 할수 있다는 것은 결국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처절한 문구인 셈이다. 영화에서도 선별작업 중 병든 노인이 자신은 일할수 있다고 처형 직전까지 울부짖는 모습이 나온다. 인간 생체실험 현장이었고,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생명을 앗아갔다. 유대인 제 1수용소가 인원이 넘치자 3km 떨어진 브제진카(독일식:비르케나우)마을에 제 1수용소 10배 크기의 제 2수용소를 만들게 되는데 우리가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보게되는 아우슈비츠의 모습은 브제진카 제 2수용소를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빛도 들지 않는 1평 남짐한 지하감옥, 그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나무 침상, 화장실, 세면실. 산더미처럼 쌓인 잘려진 머리카락, 안경, 가방과 소품들, 신발과 옷가지들. 뽑아낸 금이빨 그리고 가스실. 전시실 안, 아기를 안은 여인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걷는 아아이들을 찍은 사진 밑에 붙은 설명. 'After selection. The way of death' 과거 삶과 죽음의 처절한 몸부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용소 내에는 유대인들이 심은 푸른 플라타너스가 싱그럽게 바람에 날려 손을 흔든다.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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