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임상옥과 역관 홍순언의 닮은꼴 이야기 김남훈  (Homepage) 2007-08-11(토) 10:43:07, 141425

최근에 <조선 최대 갑부 역관(저자 이덕일)>을 읽다, 문득 이전에 읽었던 최인호의 소설 <상도>가 생각났습니다. 최인호의 <상도>는 소설로도 유명할 뿐 아니라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압니다. <상도> 1권에 보면 임상옥과 중국여인 장미령과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색주가로 팔린 장미령을 임상옥이 공금 250냥을 지불하고 구해주었다. 임상옥은 공금을 유용한 대가로 상단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이후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한편, 임상옥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된 장미령은 광록대부(공신에게 주는 벼슬의 일종) 주대부의 정실이 되었고, 5년의 세월이 지난 후 임상옥에게 지난 은혜를 크게 보답하였다는 내용이다. 선조때 활약한 역관 홍순언과 관련된 일화를 살펴보면 젊어서 연경에 갔던 홍순언은 청루에 놀러갔다, 타지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시신을 고향으로 이장할 돈이 없어 몸을 팔러 나온 소복차림의 여인에게 공금을 사용하여 장사비용을 대어주고 그 어려움을 구해주었는데 훗날 이 여인이 예부시랑(예부의 2인자) 석성의 후실이 되었다. 석성은 자신의 부인에게 베푼 은혜를 잊지 않고 홍순언이 역관으로 중국에 와서 일을 할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중 하나가 명의 대명회전(명의 행정법전)에 한번 잘못 기록된 뒤 수정되지 않고 있던 태조 이성계에 관한 내용을 시정하는 데(종계변무라고 칭함) 도움을 준 것이며, 또 하나가 임진왜란이 발생하여 명에 원군을 요청할 때 마침 당시 병부상서(병부의 장관)였던 석성이 적극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것을 주청하여 명의 파병을 성사시킨 것인데 이는 다 홍순언의 은혜를 석성이 잊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도>에서는 임상옥의 일화에 대한 근거로 임상옥의 문집인 <가포집>을 들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자세히 보면 소설답게 <가포집>에 단편적으로 언급된 내용에 살을 붙여서 가공한 내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그 살을 덧붙일 때 홍순언의 일화를 혹시 참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 홍순언 역시 연인을 구하는 비용으로 쓴 공금으로 인해 공금횡령죄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는데, 앞에서 언급한 종계변무 사건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풀려나 예부시랑 석성의 도움으로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공을 세우게 되는 점을 볼 때 임상옥의 이 일화의 실제 주인공이 사실은 홍순언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혹을 가지게 됩니다.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어디에서 글감의 소재를 찾았을까 하고 나름대로 유추해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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