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몽고와의 항쟁과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 김남훈  (Homepage) 2007-05-29(화) 13:53:35, 144299

역사적으로 볼 때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겪지 않고 발전해온 국가나 민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속에서 때론 대륙으로부터, 때론 바다로부터 수많은 외침을 겪고 극복해오면서 민족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그 수많은 외침들 중(990여 차례라고까지 함)나라가 멸망하거나 항복한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여겨진다. 시대 순으로 살펴보면 한무제에 의한 고조선의 멸망(기원전 108), 몽고에 의한 고려의 항복(1270년경), 병자호란으로 인한 청에 대한 조선의 항복(1636), 일제에 의한 조선의 멸망(1910)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중 고려시대 무신정권에 의한 몽고와의 항쟁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최씨  무신정권에 의해 시작된 몽고와의 전쟁은 (삼별초의 항쟁까지 포함한다면) 40여 년간 6차에 걸쳐 침략을 겪게 되었다. 몽고의 침략에 대해 무신정권은 수도를 강화도로 옮겨서 저항하였다. 이 항쟁에 대한 평가로는 크게 두가지 견해가 있다. 무신정권의 상무적 기상과 연계하여 대외적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최씨 무신정권의 권력유지를 위한 방편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그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대몽항쟁의 주체를 살펴보면, 정부의 주도하에 관군이 앞장서서 대몽항쟁을 하였다기보다는 일반백성들이(천대받는 노비와 부곡지역 주민들까지) 대항의 주체세력이었으며, 따라서 몽고에 거둔 대표적인 승전도 민병과 승군을 이끌고 적장 살리타를 사살하는 성과를 거둔 승려 김윤후의 처인성(지금의 용인)전투를 들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배층은 안전한 강화도에서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때 백성들은 몽고의 말발굽에 유린되고 산속 피난처에서 굶주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처참한 삶을 살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정적인 평가에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기울어진다. 결국 1270년 개경으로 환도하면서 몽고의 내정간섭 하에서 영토의 상실, 일본정벌에 억지 동원, 관제 축소 및 격하, 임금은 忠자를 앞머리에 달고(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등) 몽고의 부마가 되어야만 하는 치욕을 겪은 상황을 보게 되면 1231년 1차 침입 때 한 번 항복한 뒤 1232년 최우에 의해 강화도로  천도하여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을 저항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신정권의 정권유지를 위해 백성에게 고통만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반론으로 지배세력이 강화도로 피난하고 민중이 주체가 되어 끈질긴 저항을 하였기 때문에 몽고는 예외적으로 고려왕조를 그대로 두고 불완전한 속국의 상태(내정간섭 정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 점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고려라는 틀은 유지하였으나 실제 왕까지 몽고에 의해 마음대로 바뀌어버리는 그런 상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을 많이 제기한다. 몽고 간섭기의 치욕적인 실상을 들여다보면서 고려라는 국가 형식을 유지한 것은 과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가장 최근에 일본에 의해 당한 일제 강점기의 상황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1910년 일본에 의해 조선총독부가 세워지면서 조선이라는 나라(실제로는 대한제국으로 봐야 할 것임)와 조선 황제는 사라지고 일본총독이 부임하여 행정, 군사, 사법권을 행사하는 식민지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1945년 연합군에 의해 일본이 패망하면서 한반도에 광복이 찾아왔는가 하였지만, 건국준비위원회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연합군에 의해 정통성 있는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우리 역사는 강대국에 의해 분단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몽고와 고려 관계처럼 비록 왕마저 남들에 의해 바뀔 정도로 주권에 심각한 손상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국가형태를 틀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면, 일본의 패망이후 그 틀이 구심점으로 작용하여 이후 역사의 전개가 강대국 이해관계가 일방적으로 한반도에 적용되는 것을 방어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특히, 몽고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명나라가 들어서는 세력의 교체기에 고려가 재빨리 몽고의 속국에서 벗어나 자주권을 회복하는 과정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런 생각과 아쉬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인 풍조는 어떤 현상에 있어 형식과 내용 중에서 형식은 별 의미가 없으며 그 내용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둘 다 갖출 수 없다면 형식은 버리고 내용을 선택하여야 된다고 생각들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혹시 너무 성급하거나, 심각한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형식 역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며 때론 형식을 유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내용을 잠시 포기하여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된다. 물론 형식과 내용을 둘 다 갖추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태이며, 또한 내용의 포기 역시 잠시 한 때라는 한시적인 조건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몽고의 항쟁과 그 이후 역사의 전개는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점들을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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