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은 기찻길’ 외 김정식  (Homepage) 2020-06-08(월) 19:26:16, 5634

◉ ‘녹슬은 기찻길’   문학 작품이나 노랫말에서 더러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고 감동을 주기 위해 문법적 규제를 벗어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를 ‘시적 허용’이라 하는데, 일상 생활에서 버릇처럼 쓰는 행위는 피해야 할 것이다.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떠오르고 있다.’,  ‘고향잃은 서러움을 녹슬은 기찻길아’   ‘낯설은 타향 땅에 그 날밤 그 처녀가’,  ‘거칠은 들판으로 달려가자.’   여기에 쓰인 ‘녹슬은’, ‘낯설은’, ‘거칠은’의 구조는 ‘녹슬+ㄴ’, ‘낯설+ㄴ’, ‘거칠+ㄴ’ 이다. 모두 [ㄴ] 앞에서 [ㄹ]음이 탈락되어  ‘녹슨’, ‘낯선’, ‘거친’으로 써야 한다. 이 밖에 예를 더 들면, ‘불쑥 내밀은 손’, ‘부풀은 가슴’, ‘시들은 꽃’, ‘노랗게 물들은 은행잎’, ‘심하게 헐은 위장’ 등이 있다. 이들도 ‘내민, 부푼, 시든, 물든, 헌’으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 ◉ <하나도>와 <조금도>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만 변했구나!’,  ‘네가 갔던 시골이 좋데?/ 하나도 안 좋더라.’,    ‘오늘 참 춥지?/ 하나도 안 추운데.’   이처럼 ‘전혀 그렇지 않다.’란 부정 표현을 할 때, ‘조금도’를 쓸 자리에 한결같이 ‘하나도’를 쓰는 사람이 있다. 우리말 표현에서 정도를 나타낼 때, 성질이나 상태,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 춥고 더운 감각 따위는 ‘조금도’를 써야 한다.   ‘하나도’는 ‘하나, 둘…’하는 수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에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에 포도 있어요?/ 하나도 없다.’, ‘연필 있니?/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수량화할 수 있는 말에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이 때에도 이왕이면 ‘한 송이도, 한 자루도’라고 말하는 것이 더 분명한 표현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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