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반 학부모님께 김동희  (Homepage) 2012-03-11(일) 18:48:34, 138954

2학년 2반 학부모님께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학부모님의 늠름한 아들이 속한 2학년 2반의 담임을 맡은 김동희입니다. 이렇게 편지로나마 뒤늦게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 교직생활 10년차로 우리학교엔 2007년도에 발령을 받아 6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담당과목은 수학이며 산을 좋아하고 나무와 별공부에 관심이 있고 대학원에서는 상담심리를 전공하였습니다. 처는 연제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6살 된 아들과 올 4월에 출산예정인 딸이 처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3월 2일 개학하여 한 주 동안 아이들을 만나왔습니다. 1학년을 뒤돌아봤을 때 공부를 좀 게을리 한 것 같다는 반성이 대부분의 소개서에서 묻어나왔고 2학년 때는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한 번 해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믿음직스럽고 눈빛에서 정이 느껴져 참 좋은 아이들, 좋은 반을 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이들이 학업, 인성, 체력 면에서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명 한 명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하고, 실천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저는 우리 교육의 병폐가 대학만 잘 가면 된다는 식의 정말로 다른 문화권 사람이 보면 집단적으로 미쳐있다 아니할 수 없는 입시몰이 최면이라 생각합니다. 오직 공부뿐입니다. 학교 와서 자기 주변은 정리할 줄 모르고 주번, 청소 맡은 구역도 제대로 책임질 줄 모르고, 끙끙 앓고 있는 친구들 살필 줄도 모르는데 공부만 잘 하면 용서되고, 공부 잘 하면 인정받는 학교, 그런 교실이라면 차라리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공부라는 것도 좀 더 훌륭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일 텐데, 우리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부합니다. 좋습니다. 입시경쟁교육아래서의 공부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싹이 보이는 아이들이 그 경쟁에서 성공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무딘 가슴을 지닌 아이들은 차라리 공부를 하지 않도록 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를 얻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그러나 39명의 아이들은 자신의 편리보다는 모두의 행복을 살필 줄 아는 본성을 되찾고, 치열하게 공부하여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세상에 빛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가슴이 식은 똑똑이 보다는 좀 우둔해도 가슴 따뜻한 이가 낫고, 그보다는 가슴 따뜻한 똑똑이가 우리사회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장차 훌륭한 마인드를 가지고 제 주변을 현명하게 밝히길 바랍니다.   초임교사 때의 열정도 마냥 그대로는 아니라 피로감에 해야 될 일을 일부러 밀쳐두기도 하고, 그렇다고 경력 많은 노련한 교사도 아니라 작은 에너지로 큰일을 해내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은 저만치 있어도 실제는 거기에 못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교직에 들어선 이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경계하겠습니다.   어쩐지 편지의 내용이 다소 거칠고 투박한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그저 허심탄회하게 제 생각에 따라 거름 없이 손이 움직여나갔습니다.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가능하면 3월 19일 여러 부모님의 존안을 한 번씩 뵈었으면 합니다. 가내에 행복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빌겠습니다. 2012년 3월 11일 일요일 저녁에 2-2 담임교사 김동희 삼가 올림

최정임		존경하는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우리학교 샘들에게 돌려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03-12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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