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의 작은 감동 김홍미  (Homepage) 2007-10-07(일) 15:58:13, 139668

2학기에 복직하는 내 마음은 그리 상쾌하지 않았다.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웠던 1학기 동안 특수학급에서 있었던 일들, 학교의 특수학급에 대한 인식은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1학기 때 우리 학교에서 실시한 2박 3일간의 현장체험학습 동안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분리되어 방을 배정 받았고, 심지어 보조선생님이 데리고 잤다고 한다. 대학탐방이나 유적지에 갈 때도 우리 아이들만 따로 다녔으며 모든 시험은 개별학습실에서 치렀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통합의 기회마저도 잃었으니 다른 것을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수련회가 다가오자 부장선생님께서 특수학급 아이들은 어쩌냐고 물어보셨다.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었기에 웃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당연히 원적학급 아이들과 같이 배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것은 당연한 권리임도 덧붙였다.   사실 나도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간질이 있는 학생도 있고, 대소변 실수를 가끔 하는 학생도 있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 갑작스러운 공격성을 보이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밖에 나가면 더 잘 하는 우리 아이들.^^ 내 믿음은 이번에도 틀림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인 통합보다 우리 아이들이 원적학급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보조선생님께도 우리가 나서서 특별히 아이들을 챙기는 것보다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의 눈에 띄지 않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주로 관찰을 많이 하자고 했다. 첫날 금정산 산행을 갈 때였다. @@이가 반대열에서 한참이나 뒤쳐져서 보이지 않자, 그 반 아이가 @@이를 찾는다. "선생님, @@이 안보여요." "그래? 좀 힘든갑다. 잘 오고 있을거야." 내가 짐짓 무심한 투로 말하자 옆 짝지에게 "내 뒤에 가서 @@이 데리고 올게."하며 그 힘든 길을 다시 돌아갔다. 자기가 편할 때 남을 도와주기는 쉽지만 힘들 때 그러하기는 어렵다. 태환이의 마음씀씀이가 깊어 배우는 바가 컸고 감동스러웠다. 같은 날 저녁, 장기자랑 시간에 ##가 땡벌이라는 노래로 무대에 섰다.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었고, 아이들의 호응이 없으면 어쩌나 안스러운 마음이 먼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의 열창은 1학년 전체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가 '나는 이제 지쳤어요! 땡벌' 하면서 무대 밖으로 마이크를 내어주면 1학년 전체가 '땡벌!'이라며 호응을 했다. 특히 사회자의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제과제빵!' 하고 똑똑하게 대답한 ##이의 진지한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이들도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다음 날, 극기훈련시간에 줄을 잡고 물을 건너는 체험이 있었다. **이가 겁을 먹고 못하겠다며 뒤로 빼고 있을 때, 내가 다가가서 할 수 있다며 물에 빠져도 좋으니까 해보자고 했다. 그때 갑자기 지켜보고 있던 **의 반 친구들이 '**야, 할 수 있다. 해봐라!' '**야, 괜찮다. 안무섭다. 해봐라!'며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용기를 내려고 했던 **. 하지만 다칠 지도 모르니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장학사님의 우려로 다른 체험을 해야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모습에서 같은 반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또 한번 감동이 일었다. 아마도 이번 수련회는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도, 일반학급학생에게도 '장애'에 대한 작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일반학급선생님들도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이 잘 하더라는 표현을 해주셔서 참으로 기쁘다. 이렇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통합교육의 참된 길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D의 화장실
다음글 :	수련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