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최영도  (Homepage) 2022-03-29(화) 17:54:14, 118902

☞ 개망초(여름, 가을, 하양) ☞ 영도표 국수 조리법 지난 주부터 코와 목이 조금 불편했다. 혹시 나에게도 코로나 -19가 찾아온 건 아닐까? 집근처 병원에 들러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더니 음성이라고 했다. 우리 딸도 음성으로 나왔다. 그런데 며칠 뒤 딸의 컨디션이 안좋아져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양성이란다. 딸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만남과 모임을 취소하고 같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양성인 딸과 함께 3일동안이나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했으니까 아무리 조심한다고 했더라도 아내나 나도 양성이 되었을 것 같아 어제 아침 일찍 보건소를 찾아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 DNA를 연쇄적으로 합성하여 수백만배 증폭시켜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검사법)검사를 받아 보았다.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아내랑 나는 둘다 음성이라는 결과 통보를 받았다. 지금처럼 이렇게 조심하면서 생활하면 감염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지난 주 감기기가 조금 느껴졌던 그 때 오미크론이 나도 모르게 그냥 지나가며 고맙게도 항체를 만들어 주고 떠난 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생겨 코에 자연 바람을 좀 넣고 싶어 마스크를 단단히 한 채 집근처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던 곳을 찾아보았다. 부산의료원과 아시아드주경기장 사이에 있는 월드컵대로변 경사지에 평소 찾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공원 이름도 없이 방치된 공원길을 찾기로 했다. 벚꽃이 좋을 시기라 혹 사람들이 보이면 돌아오기로 하고 찾았는데 정말 벚꽃이 활짝 핀 화창한 봄날인데도 불구하고 역시 이 곳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숲길을 걷다보니 경기장쪽 경사지 풀밭에 개망초 새싹들이 낙우송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화초이다 보니 잡풀로 방치되어 온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아내랑 나의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작은 봉투가 하나 나왔다. 아무 준비없이 집을 나섰기에 그냥 맨손으로 잠시 뜯었는데 제법 많이 뜯었다. 집으로 돌아와 살짝 데친 후 된장과 들기름으로 오물조물 버무려서 산나물처럼 한접시 담아내었다. 그 사이 아내는 숙주나물과 계란 지단을 만들어 소박한 번개표 국수로 점심 식단을 꾸며 보았다. 먹다보니 지난 금요일, 다음날 오봉산 갈 때 가져가려던 막걸리가 생각났다. 평소 산길에서 먹던 막걸리를 집에서 낮술로 들이켜 보았다. 아~ 지금 이 시간 3월 29일 화요일 13시 20분, 오미크론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쯤 천태호와 안태호 사이 벚꽃길에 있는 도연정에서 산채한정식으로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술에 취하고 얘기에 취하고 꽃에 취해 있을 시간인데.... 정말 아름다운 그 곳에서의 시간이 참 행복할 것 같은데 오미크론 때문에 이렇게 바뀌어 버린 소박한 개망초 거섶 국수와 낮술도 행복할 수 있구나! 행복은 주어지는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해석하는 마음이구나. 어떤 꿈을 꾸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해석하는 마음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꿈보다 해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구나. ‘코로나 - 19’ 무지개같은 꿈만 쫓으며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할 수 없이 쉬엄쉬엄 쉬어 가면서 ‘꿈보다 해몽’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느껴보라고 이 땅에 보내 준 ‘신의 선물’이 아닐까? 쉬엄쉬엄...... 쉬어 가라고!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숲속의 자본주의자
다음글 :	제 20 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