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소리 최영도  (Homepage) 2021-03-18(목) 20:56:50, 30787

몇 년 전, 금정산 상계봉을 찾았을 때 일어난 일이다. 약간 가파른 상계봉 8~9부 능선 쯤에 이르렀을 때 일행 중 한 분이 안경을 잃어버린 걸 알게 되었다. 산어귀 체육공원 위 쉼터에 쉴 때까지는 안경이 있었는데 그 이후 어디서 분실하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조금 처져서 뒤따라왔던 일행 중 한 분이 안경을 주워 우리 일행의 것이 아닌 줄 알고 찾기 쉽도록 길가 바위 위에 얹어 두고 왔는데 그 위치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잃어버린 분을 모시고 지나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며 이 바위 저 바위 길가의 바위들을 유심히 살피며 계속 내려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속해서 안경 찾는 일에만 몰두하며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산어귀까지 다 내려와 버렸지만 잃어버린 안경을 찾진 못했다. 그제야 안경을 포기하고 일행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또 오르고 올랐다. 그러나 안경을 찾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포기 되지 않아 올라가면서도 간간이 길가 바위를 살펴보곤 했다. 이렇게 한참을 오르다 숨을 한번 고르고 가기 위해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바로 옆 돌맹이만한 조그마한 바위 위에 안경이 놓여 있었다. 안경을 찾고 나니 맥이 풀려 오르막길을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행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경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지금 그곳으로 다시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으니 다른 둘레길에서 만나자고........... 둘레길을 걸으며 생각해 보았다. ‘바위’ 위에 안경을 올려두었다고 말하지 않고, ‘돌’ 위에 올려두었다고 얘기했더라면 산어귀까지 내려가지 않고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말’과 ‘소리’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냥 귀에 들리는 것은 ‘소리’ 이고, 그 ‘소리’ 에 뜻을 입혀 생각을 전하는 것이 ‘말’ 이다. ‘바위’ 라는 ‘소리’ 에 그 분이 입힌 ‘뜻’ 과 내가 입힌 ‘뜻’ 이 달랐던 것이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젼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여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이 정부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 날 그 안경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며 벌려온 ‘적폐청산(積弊淸算-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깨끗하게 정리함)’이란 소리가 ‘적패청산(敵牌淸算-우리 편은 그냥 두고, 나와 뜻을 같이 하지 않는 무리들만 완전히 제거해 버림)’이란 말로 들리고, 이 정부가 내뱉는 ‘公正’이란 소리가 ‘공평한 바름’으로 들리지 않고, ‘空正’(공허한 바름)이란 말로 들리고, 그들이 지껄이는 ‘검찰개혁(檢察改革-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검찰로 바로 세움)’이란 소리가 ‘검찰개혁(檢察犬革-권력의 충견이 되어 주인은 물지 않고 상대만 물어뜯는 눈치 빠른 개로 바뀜)’이란 말로 들리는 이유는 무슨 까닭일까? 2021년 4월 7일<수>, 부산-서울 시장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일2021.04.02.(금) ~ 04.03.(토)] 이 날이 이토록 기다려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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