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최영도  (Homepage) 2019-06-28(금) 20:01:09, 5114

영화는 반지하에서 윗집 와이파이를 공짜로 사용하기 위해 전파를 찾아다니는 백수 가족(아빠 - 기택, 엄마 - 충숙, 아들 - 기우, 딸 - 기정)의 일상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궁핍한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하는 유일한 경제활동은 피자박스를 접는 부업활동 뿐이다. 이런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있던 기우의 친구 민혁은 육사출신인 자기 할아버지가 한때는 소중히 간직했던 수석들 중에서 행운과 재물을 불러다 준다는 `산수경석(山水景石)`과 함께 자기의 고액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인 박사장집 딸 다혜의 가정교사 자리를 기우에게 전해주고 유학을 떠난다. 박다혜의 과외선생이 된 기우는 그 집의 사정을 잘 살펴 동생 기정과 아빠 그리고 엄마까지 신분을 속이고 그 집안의 필요한 일군이 되어 각자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가던 어느 날 막내 아들 다송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나게 되는 행운을 맞이하게 된다. 주인들이 떠난 멋진 집에서 모처럼 한 가족이 인간답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게 된다. 이 때 벨이 울리며 충숙에게 밀려 해고되었던 문광이 나타나서 놓고 간 물건이 있다며 문을 좀 열어 달라며 애원한다. 집안으로 들어선 문광은 지하실 비밀의 문을 열고 내려가는데 그 곳에는 문광이 숨겨놓은 남편 근세가 있었다. 이를 엿보던 기우 가족과 문광 부부가 맞닥뜨리게 되어 엎치락 뒤치락 싸우게 되고 결국 근세는 지하실 파이프에 결박되고, 문광은 계단에서 떨어져 뇌진탕을 일으킨다. 박 사장 가족은 갑작스런 큰 비로 캠핑을 취소하고 집으로 되돌아오는데 기우 가족은 다행히 박 사장 가족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집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비로 취소 되었던 다송이의 생일 파티가 마당에서 성대히 열리고 지하실에 갇혀 있는 문광 부부의 근황이 궁금하고 불안했던 기우는 애지중지하던 `산수경석(山水景石)`을 갖고 지하실을 다시 찾았다가 그 수석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문광에게 수석으로 머리를 공격당해 뇌를 다치고, 지하실을 탈출한 근세는 칼을 들고 오늘의 주인공인 다송이에게 생일케익을 전해주려던 기정을 찌른다. 순식간에 생일 파티는 아수라장이 되고, 기택은 칼로 박 사장을 찌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기택은 살기 위해 비밀의 지하실로 숨어 들고, 후에 이 집은 다른 외국인 가족에게 팔리게 된다. 몇 달 뒤 일부 의식을 회복했지만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기우는 자기 아빠가 지하실에서 보내는 모스 부호를 해독하여 아버지가 그 곳 지하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벌어서 그 집을 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 집을 사서 아빠를 구하는 공상을 하는 가운데 아쉽게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회적 동물이며,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인간을 자본 증식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회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기택, 충숙, 기우, 기정, 문광.....)들은 박사장 댁이라는 자본주의 세상에 잘 적응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광이 지하실에 남편을 숨겨두듯 우리의 인간성을 자신의 내면 세계 깊숙한 곳에 완벽하게 숨겨 두고, 인간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도구(기생충)이 되어 그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서 성공을 향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치열하고 긴박한 삶의 현장에서 때로는 불쑥 불쑥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은 욕망을 제지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고픈 배를 채우려고 밤늦게 지하실 계단으로 올라온 문광의 남편 근세를 보고 다송이가 귀신을 봤다며 경기(발작)을 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도구나 부속품으로 살아가야할 기생충이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몸부림을 쳐댈 때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귀신으로 취급하며 경계하고 물대포를 쏘아대며 저지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인간성을 상실한 체 자본주의의 도구로 전락되어 살아가고 있는 인간 아닌 우리 인간들에게 자본주의의 결말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상대를 찔러대는 비인간적인 인디언 놀이터로 변질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세지로 다가 왔다. 그런데 기우는 그 지하실에 갇혀있는 인간성(아빠 - 기택)을 돈을 모아 그 집을 구입함으로써 해결해 보겠다는 공상을 하면서 영화가 끝나........ 너무 슬펐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어리석은 기우를 보면서 그 자본주의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면서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기우 같다는 생각에 정말 슬프고 또 슬펐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습관
다음글 :	포트폴리오(portfoli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