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기 - 2 최정임  (Homepage) 2016-08-30(화) 23:53:51, 4130

새응 배노(안녕하세요) - 저 푸른 초원위에 한글로 강동구 보건소라 적혀있는 25인승 몽골 버스를 타고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 을 찾아간다. 보이는 것은 단순하다. 초록 풀과 파란 하늘 그리고 흰 구름이 전부다. 먼 산은 바람 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리가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뜯어내던 초록커튼과 같은 느낌이었고 군데 군데 큰 나무들이 장식처럼 서있다. 여기는 해발 1600정도. 설악산 봉정암 높이의 넓고 넓은 초원이 다. 차창 밖에는 그림 같은 초원에 말들이 달려가고 있고 조금 더 가니 양떼가 보이고 그 속에 섞인 염소와 뒤를 따르는 목동이 행렬의 매듭을 짓는다. 파마머리 양과 생머리 염소가 함께 다니는 것이 궁금했다. 방목하는 양은 풀을 뿌리까지 파먹는 짐 승이고 염소는 풀잎만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남 따라 하길 좋아하는 양의 습성을 이용해서 염소를 곁에 두면 잎만 먹는 것을 보고 따라하므로 양으로부터 풀뿌리를 보호하려는 이유라 한다. 인구는 300만 인데 가축이 3000만 마리 정도라니 인구 당 가축수가 세계 1위의 나라다. 차는 분명 포장도로를 달리는데 심하게 덜컹거린다. 맨 뒷좌석에 앉은 덕분에 노면의 굴곡을 그대 로 느끼며 실려갔다. 한참을 가도 허허벌판, 초원 저 멀리 노란색이 붕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 다. 아마 유채 밭인 듯하다. 녹색위에 노랑, 그 위에 다시 초록산과 파란 하늘을 두 손 오므려 담으 니 동그란 무지개떡이 된다. 잠시 정차하여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으로 보던 초원을 코가 받으면서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 다. 하! 싸아하다. 뒤이어 향긋함도 따라왔다. 초원의 향기는 싸아긋한 허브향 자체였다. 달릴 때는 초록뿐이었는데 풀밭에 내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다양한 들꽃이 피어있다. 개중에 많은 보라색 꽃을 코에 청하니 그녀가 바로 싸아긋의 주인공인 허브 인 듯. 한 무리의 양떼가 지나가고 있다. 하양, 검양, 얼룩양, 털긴양등 다양하다. 길다란 나무 장대를 쥐 고 있는 목동을 사진 속에 함께 담으려 지나가길 기다렸다. 우리 조장 소혜님은 프로사진사다. 이 리 온나, 여기 서라, 준비해라, 하나 둘하면 점프해라. 시키는 대로 민소매에 장화 신고 온 김양도 뛰고 분홍 머플러 감은 팽양도 날고 건강한 박양도 잔디를 차는 시늉을 한다. 프로기사는 멋진 사진 의 주인공을 구석에 불러서는 달러 기브미로 흥정을 하시지만 매번 실패다. 사진을 잘 찍은 것이 아 니고 본래 예쁘다고 우긴다. 돈 많은 팽양은 초원의 주인공으로 나온 사진에 대한 답례로 찍사에게 10달러로 답례한다. 인근 사막에 간다더니 벌써 세 시간째 달리고 있다. 준비해 간 타투를 나누어 주며 조직의 표식을 요구했다. 각자 뺨에 손등에 목덜미에 문신을 해보며 여행의 자유로움과 지루함을 잠깐 덜어본다. 국토면적이 남한의 17배, 세계 19위인 이 나라 몽골은 국민들에게 일정한 땅을 무상 지급해 주지만 외국인에겐 땅 소유를 금지하고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중국인이 몽고를 다 사 버릴 것이라고 몽골가이드 문거가 말한다. 말들이 풀을 먹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군데군데 모여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서 자 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둥글게 모여 서 있다. 서로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디미는 것 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우습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마을을 지나다 보면 양철지붕 아래 생긴 한 뼘 그늘 따라 양들이 서 있다. 담벼락에 붙어서면 온 몸을 가릴 수 있는데도 양들은 머리만 을 그늘 속에 넣은 채 1열 횡대로 서 있다. 어리석은 양들을 비웃으면서 나도 얼굴에만 부채바람을 보내고 있다. 끝없는 지평선을 향해 가면서 가끔씩 초원위에 둥근 달 같은 게르들이 보였고 벌판에 돌아서서 온수를 내뿜는 남자도 보았고, 트럭 그늘아래 낮잠 자는 사람도 있었다. 기사가 지칠 만하면 말들 이, 또는 양들이 도로를 점령하여 차를 세우게 했다. 몽골에서 길을 달리다 도로위에 있는 길짐승 을 보게 된다면 여러분은 경적을 울리지 마세요. 당신이 달리는 도로는 그들에게서 잠깐 빌린 초원 의 일부일 뿐, 반드시 차에서 내려 초원의 주인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십시오. 배가 촐촐할 즈음 풀밭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펴서 한 뼘 그늘 속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일행 중 한명이 차에서 조금 멀어져 양산을 펴더니 몽골에 거름을 주고 왔다고 자랑을 하였다. 맨 뒷자석에 실은 가방들은 덜썩거리며 조금씩 밀려나오고 앞에 앉은 신양은 가끔씩 풍경에 대한 답례를 괴성으 로 질러 웃겨주고 차와 같이 점프하느라 허리와 엉덩이가 괴로울 즈음에 우리기사 ‘가나’가 차를 모 래구덩이에 빠뜨림으로써 목적지 사막이 다가왔음을 알려주었다. 여행 동무 12명 모두가 즐겁게 차에서 내려 느긋한 웃음으로 차를 밀어보는 옵션도 경험하였다.   (계속)

권봉영		나도 몽골을 다녀왔는데 전혀 다른 곳의 기행문을 보는 것 같군요. 역시 글쓰는 사람이 보는 눈은 달라도 한참 다르네요. 근데 박양이 왜 이렇게 날씬하게 보이나요? 그새 멀 했나? 9월이나 10월쯤 볼 일이 있는데 매매 봐야겠네요.~	2016-09-04 16: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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